한중일 문화, 세계 속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터넷 게시판에서 글을 읽다보면 가끔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 하는 글이 나온다.
외국에서 동양인을 만나면 먼저 중국인이 아닌가 묻고, 그다음에 일본인이 아닌가 묻고, 한국인이라 대답하면 그제서야 아 한국~ 이런다며 속상해 하는 것도 보았다.
세계 15대 경제 강국이며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룬 나라인데 왜 한국의 인지도가 낮은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런데 세계 15대 경제 강국이니, 올림픽이니 월드컵이니, 삼성 핸드폰과 현대 자동차니 하는 것이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를 심는 것에 얼마나 큰 공헌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뒤집어 생각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세계 15대 경제 강국 안에 들어가는 나라들이 어떤 나라들인지 다 알고있는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정도는 쉽게 떠올릴 것이다. 그 다음부터 15위까지 다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올림픽을 치룬 나라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할 수 있는가? 아니면 지난 20년간 월드컵을 치룬 나라들을 모두 기억하는가? 개최했던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우리도 다 기억못하는데 만약 스포츠에 관심이 몇 밀리그램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을 왜 기억하고 있을까?
또한 삼성이니 현대니 하는 우리 기업이 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과 국적을 잘 연결시키지 못한다. 사실 삼성 정도의 기업은 다국적기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지멘스가 어느 나라 기업인지, HP가 어디 기업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HSBC, 네슬레, 듀퐁, 이케아, 사브, 레고는 어디 기업인지 다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기업들은 삼성보다 어쩌면 더 국제화된 기업들이고 기업 이미지도 상당히 좋다. 그러나 어느 나라 기업인지 누가 아는가?
단적으로 말해 우리나라 경제가 얼마나 잘 사는지, 얼마나 물건을 잘 만드는 지, 얼마나 운동을 잘 하는지는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 형성에 그렇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또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인지도와 호감도는 다른 것이다. 북한과 이란, 김정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잘 알려졌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월드컵을 치룬 것이 한국을 보다 더 알렸는 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더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를 세계에 보다 더 널리 알릴 수 있을까? 그것은 돈이 아니라 문화다.
생각해 보자. 우리가 남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벌고 어디서 사는 가가 중요한가? 그가 어떤 사람인가가 보다 궁금하지 않은가? 사업관계로 만나지 않은 이상 말이다.
'난 얼마나 많이 벌고 있어'가 아니라 '난 이런 취미와 습관을 갖고 있어'가 우리가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우리 소개로 하는 말이다. 나라의 이미지도 국민의 이미지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잘사냐 못사냐보다 더 알고 싶은 것은 어떤 성격을 가졌으며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느냐다.
사실 외국에서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은 이미 많이 유명해진 나라다. 그러나 한국은 알지만 한국이 과연 어떤 나라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왜일까?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관련하여 알려진 바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이미지를 가장 많이 형성했을 것은 (미국에서) 무엇일 것 같은가?
어쩌면 답이 의외일 지 모르지만 한국 음식이다. 한국 문화에 관하여 가장 많이 알려진 것 중의 하나는 김치, 순두부찌개, 불고기, 냉면, 잡채, 파전과 같은 전통 한국 요리들이다. 한국 음식점들도 생각보다 제법있고, 한국 요리를 맛본 사람들 중에 한국 요리를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현재까지 한국의 고유 이미지를 알리는, 한국 문화가 어떤 것인가 실제 체험할 기회를 주는 한국 문화의 선봉장은 단연 한국 음식이라고 난 단언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태권도다. 하지만 가라데나 합기도, 유도, 주짓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에 딱히 한국의 문화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그 다음은? 현대의 한국 대중문화다. 안타까운 점은 전통 고유 문화가 아니라 최근에 만들어진 K pop과 한류 드라마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은 어떨까? 많은 이들이 일본이나 중국은 널리 알려진데 반해 한국은 잘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불평하는데, 일본이나 중국은 그들의 전통 문화를 세계 속에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국의 전통과 문화하면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데 일본이나 중국은 사뭇 다르다. 어마어마하게 풍부한 이미지들로 접근하고 있다.
중국이야 만리장성, 자금성부터 시작해서 한자, 유교, 도가 사상, 음력(설날을 영어로 '차이니즈 뉴이어'라고 한다), 중국요리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일본은 또 어떤가? 사무라이, 닌자부터 초밥요리까지 일본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일본인의 전통에 대해 눈감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것이 별로 없다. 태권도와 김치만 갖고 한국인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느냐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심이 끌어오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이미지를 알리고 있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혹시 Japanese Garden이라고 들어봤는가? 저패니스 가든. 일본식 정원. 일본의 정원 문화는 세계 속에서 매우 유명하다. 일본식 정원의 특징은 자연 형태를 축소화해서 공간 안에 두는 것이라고 하는데 역사가 천오백년이 넘는다고 한다. 이 일본식 정원은 미국과 영국, 호주를 비롯 전세계 각지에 퍼져있다.
어떻게 생겼는 지 사진들을 보고 가기로 하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일본식 정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캘리포니아 사라토가
캘리포니아 사라토가
영국 런던
호주
캐나다, 미국 안에만 300여개가 넘는 일본식 정원이 있다고 한다. 이 숫자는 개인의 것은 포함하지 않고 공원의 숫자만 포함한 것이다.
일본식 정원에 관련된 영문판 잡지도 나온다.
다음 링크를 따라가 보라.
http://www.rothteien.com/topics/na-survey.htm
일본식 정원을 거닐어 보게된 서양인들은 일본 문화가 어떤 것인가 느끼고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식 목조 건물과 아치형 다리, 탑, 그리고 잉어와 거북이가 있는 연못, 신사나 불교식 사원이 일본 정원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며 그 안에서 일본식 다도(Tea) 세레모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일본식 정원을 다녀온 사람 중에는 언젠가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일본식 정원은 각 나라의 도시와 일본의 도시가 자매결연하면서 생겨난 것도 있고, 일본인이 지은 것도, 외국인이 지은 것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한 일이 아니라 자치단체나 민간인들의 적극적인 활동에서 지어진 것들이다.
다음은 중국을 보자.
중국인들은 해외에 자신들의 거류지를 형성하면 반드시 만드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특유의 중국식 빨간 문이다.
이들의 문화적 자부심이랄까 긍지랄까 아니면 민족의식은 매우 남다르다. 그것은 차이나타운을 거의 공개적으로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들어난다.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베트남 타운이 공개적으로 생기는 것은 못보았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니까 코리안 타운이라고 하지 그 안에 한국 특유의 상징을 세우고 이런 것은 거의 드문 일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전세계 어디를 나가건 자신들만의 거류지를 형성하면 딱 드러내 놓고 광고를 한다. 여기는 '차이나 타운'.
차이나 타운 입구에는 저런 문이 반드시 서있어서 여기부터 자신들의 영역임을 선포한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서면 중국식으로 생긴 건물들을 볼 수도 있다.
중국의 차이나타운은 어느 도시를 가건 간에 관광명소로 관광책자에 소개되어 있다. 그만큼 이색적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사람들에게 공인되어 있는 것이다.
http://www.cityofsydney.nsw.gov.au/cny/Events/ChinatownMarkets.aspx
(윗 링크는 시드니 차이나타운에서의 페스티벌 소개 영문 싸이트)
차이나타운 말고도 중국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중국 페스티발이다. 매년 음력 설날과 단오날, 중추절(추석)이 되면 중국인들은 불꽃놀이를 비롯해 여러가지 행사를 치룬다. 그 행사에는 다른 아시아인들도 끼기도 한다. 어느 지역에 사는 중국인의 규모가 얼마되지 않는다면 자신들만으로 치루어지는 행사가 작을 수 밖에 없으므로 한국, 베트남, 인도 사람들과 같이 행사를 치루기도 한다.
차이니스 페스티발에서 유명한 것은 용처럼 생긴 등 몰고 다니는 것과 드래곤 보트 경기가 있다.
드래곤 보트가 뭐냐면 다음 사진에 나와있다.
드래곤 보트 경주란 카누 경기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카누가 용처럼 생겼다. 이것은 중국에서 대략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위 사진에 보면 중국인들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이 모인 곳이라면 매년 음력 단오날에 하는 경주다.
보기만 해도 시끌벅적 요란해 보이는 중국의 음력 설날 퍼레이드다.
이런 행사를 구경하고 참여해 본 외국인들이라면 중국 문화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상대 문화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중국인은 드래곤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폭약을 처음 발명한 것은 중국인이란 사실을 학교에 배우지 않아도 직접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미국에는 이백만에 넘는 한인들이 살고 있고 LA와 뉴욕에 한인 타운도 있다.
그럼 한인 타운은 어떻게 생겼을까?
한인타운이라고 뭐 별거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한글 간판들을 보고 '아 여기는 코리안타운이구나'하는 것이다. 무슨 한국의 전통이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접근하기 힘든 그저 낯선 이방인들의 삶의 터전일 뿐이다. 차이나타운의 문처럼 상징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정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식당과 가게들.
한인 거주자들도 한인 축제를 열기도 한다.
다음 링크를 따라가보면 LA 한인 축제를 만날 수 있다.
http://www.lakoreanfestival.com/english/movie/content.asp?name=movie&id=2
보면 알겠지만 행사 가운데는 우리 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한복입은 여인들의 부채춤(문선명의 '리틀엔젤스'가 한국을 알리기 위해 처음 소개한 것인데 정말 이것 하나만큼은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과 최근에 새로 개발된 북춤이 있고, 그외에도 씨름을 비롯 많은 한국의 고유 전통 문화를 알리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뚜렷한 상징이 부족하다. 외국인들이 들어가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아이템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교하자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가장 큰 한인타운이라는 LA가 이 정도니 다른 곳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웃 중국인들과 비교하면 한인교포들은 자신들을 알리여는 행사에 참여하려는 노력도 열의도 성의도 모두 부족하다. 앞서 시드니 차이나타운의 웹사이트를 다시 떠올려보자. 엄청 공들여서 여러 프로그램들을 잘 만들어놓았다.
http://www.cityofsydney.nsw.gov.au/cny/Events/ChinatownMarkets.aspx
왜 우리만 이럴까? 우리 스스로가 우리 민족 문화에 대한 의식을 갖기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민족 개념이란 것이 정치 사회를 휘어잡은 것도 사실 인류사에서 그리 오래전의 일은 아니다. 불과 백년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까지 이웃에 시달리던 우리 한국인들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문명과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발굴하는 것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은 단지 외국인들에게 잘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자각하고 자부심을 갖는다면 남이 시키지 않아도 하게될 것이다. 사실 남에게 잘보이기 위해 치루는 행사란 허세에 불과하다. 중국이나 일본이 자신들의 문화를 알린 것은 자신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것이다. 차이나타운은 미국에만 생긴 것이 아니다. 차이나타운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 동남아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식 정원은 일본이 제 2차 세계 대전을 저지르기 전부터 외국으로 퍼져 나간 것이다.
세계에 널리 퍼진 일본식 정원은 일본 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것이 아니고, 차이나타운과 퍼레이드가 중국 정부에서 만들어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한국이 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냐고 불평을 갖기 전에 한국인 스스로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국가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 만드는 물건보다는 사람들이 만들어온 문화다. 핸드폰은 한국의 것이 될 수 없지만 한글은 한국의 것인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그리고 외국인들과 만나는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외국인들에게는 바로 한국의 이미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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