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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는 한국

동양인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라 할 수 있는 SAT 시험에서 동양인의 평균 점수는 백인의 그것을 추월한지 꽤 된다. 더더욱이 그 격차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면 왜 동양인은 시험을 잘 보나? 시험을 잘 치루는 유전자가 있어서? 아니면 시험을 잘 치룰 수 밖에 없는 문화적 환경의 영향 때문에?
오늘은 이 문제에 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위 표는 2002년도 미국 인종별 시험 평균 점수를 보여준다(총점 1600점). 아시안들의 성적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백인들이 높다. 안타깝게도 흑인과 중남미인들은 상당한 격차를 보여준다. 이러한 인종 간의 격차는 SAT가 시행된 1972년 이후 거의 변함이 없다. 사실 인종을 떠나서 SAT 평균 점수도 거의 변동이 없다.



(표 1, 인종별 SAT 성적 평균 변화도 1990-1998)
 

(표 2, SAT수학 성적에서의 인종별 변화도 1996-2009 : 평균 성적으로부터 편차로 계산) 아시안들의 성적이 두드러지게 나아지고 있다.


(표 3, SAT 성적 평균 변화 그래프)

미국에서 아시안이란 한중일,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 사람들을 합쳐서 이야기 한다. 인도 사람 중에 피부가 유난히 하얀 사람들은 화이트라고 스스로를 칭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추측해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들도 아시안이라고 한다. 몽골리안은 아니나 지리상 아시안이라고나 할까. 아시안의 미국 인종 비중은 2000년에 4% 정도였다. 그런 소수의 명문대생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그들의 명문대 진학율은 위 표에서 보여주듯이 5%를 몇 배 뛰어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스탠퍼드나 칼텍(38%, 2009)같은 서부 최고 명문대학들에서의 아시안의 비중은 압도적인 수준이고 동부 아이비리그에서도 15%를 넘는 수준이다.

이들과 필적할 만한 진학률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은) 유태인 그룹이다. 그들은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아이비리그 진학율은 20%를 훌쩍 넘긴다. 그러므로 미국 명문대의 데모그라피(인구 분포도)를 보자면 다섯중의 적어도 둘은 유태인이거나 아시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민족 다 부모가 권위적이고 자녀 교육에 극성을 보이는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다. 성적 뽑아내기에 관한한 백인들의 자율, 창의적인 체제보다는 시험 성적 결과 위주의 몰아붙이기 교육 시스템이 우수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아시안들이 높은 SAT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수학(Math) 때문이다.

SAT는 세가지로 이루어진다. Verval, Math, Writing. 버벌(Verbal) 테스트는 언어 능력 테스트다. 많은 어휘를 알면 유리하고 또한 아이큐 테스트의 언어 영역과 유사한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수학 Math 테스트는 한국 수학 시험처럼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묻는 것이 아니다. 미적분은 물론이고 삼각함수도 도형의 그래프도 없다. 매우 기본적인 공식 몇가지만 알고 있으면 도전할 수 있는 시험으로서 수학 실력을 묻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 사고력, 논리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아이큐 테스트의 수리 능력 영역과 수능 시험의 수리 영역이 적절히 배합된 시험이라고 보면 된다. 라이팅 (Writing) 시험은 최근에 더해진 것으로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을 묻는 시험이다. 토플의 라이팅 시험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시안들은 수학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언어 영역과 글쓰기 영역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온 역사를 갖고 있다.
앞서 표 2에서 보듯 최근의 추세를 보면 아시안의 수학성적은 다른 인종들과의 격차를 보다 넓혀가는 반면 언어성적은 백인과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시안들의 SAT 성적에서의 우수한 결과는 점점 더 두드러져 가고 있다.


위 표를 보면 아시안들의 SAT 수학 성적 평균이 백인보다 40점이나 높게 나타난다. 반대로 읽기나 쓰기는 낮게 나오고 있다.



위 표는 아시안들의 수학 성취도가 87년에서 92년 사이에 가장 많이 오르고 있음을 나타낸다.

자 그럼 물음에 접근해 보자.
왜 아시안들은 탁월한 시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머리가 좋아서? 그런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큰 요인은 아시안들의 학업시간이 다른 인종들에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과 부모의 자녀의 학업에 대한 압력과 지원이 가장 높다는 것에 있다.

동양의 문화는 예로부터 학업에서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과 좋은 학교를 졸업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어왔다. 학업의 성취란 시험 '합격'여부에 달려있고 합격이 되면 관료나 다른 전문 기술직으로서의 자격 보장을 얻어 '출세'하게 된다는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서양인들은 시험에 대한 관념이 다르다. 시험을 그야말로 마지못해 봐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시험 공부하는 것을 가능한한 줄이려고 한다. 하기사 시험 공부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차이는 부모의 압력이 아닐까 한다. 한국은 자녀가 공부하기 싫어해도 억지로 시키려고 하고 미국은 자녀가 공부하건 말건 본인에게 맡겨 버린다. 공부 잘하는 자녀를 싫어하는 부모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공부 잘하는 자녀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부모도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녀의 성적에 간섭하는 비중과 압력, 그리고 물심양면의 지원에서 동양계와 서양계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백인 미국인, 한국인 교포 2세, 중고등학교때 넘어온 교포 1.5세를 보면 SAT에 대한 태도가 모두 다르다.
미국인의 SAT 평균 지원 횟수는 1번, 명문에 지원할 경우 2번 볼 정도다. 준비 기간은 한달 정도라고 말한다.
교포 1.5세는 다다익선으로 기대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많이 본다. 그리고 SAT 준비를 위해 방학을 통째로 바친다.
교포 2세는 그 중간 어디 쯤에 놓여져 있다. 그렇지만 미국 학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교포 2세는 부모와의 세대차 문화차 갈등을 겪지만 부모들보다 미국 사회를 더 이해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부모의 결정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따르는 모습을 훨씬 더 많이 보인다.

동양계가 다른 인종들보다 부모들의 더 큰 기대를 받고 더 많은 지원을 받으며 시험 성적에 더 큰 압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동양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공부벌레, 운동도 덜하고 놀지 않고 공부만 하는 애들'이라는 Nerd의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뉴욕에서 교포 고등학생들은 시간당 25달러가 넘는 돈을 받으며 갓 건너온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고 알바를 한다. 전문 강사의 경우는 시간당 7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르치면 사교육비가 들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SAT 학원은 연일 아시안들에 의해 호황을 이루고 있으며 미국 내 사교육을 먹여 살리고 있다. 더욱이 1.5세들은 방학 때 한국의 족집게 학원에서 유출된 문제들에 불법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는 뉴스에서 다루어진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이런 자녀 교육에 대한 광적인 태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미국인들의 이해못함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서 학생을 고르는 기준은 시험 성적만이 아니라 예술, 체육, 리더쉽에서의 두드러진 성과를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는 것(어떤 대학은 운동을 못하면 아예 뽑지를 않는다고 한다)도 그들의 문화적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시험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이 한 사람을 평가하는 전부의 기준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명문대 졸업장은 명예로운 것이다. 그러나 시험만 잘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 명예로운 것이 아니다. 그만큼 다른 활동에서도 두드러졌을 것이란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 졸업장보다 장래에 미치는 더 중요한 요소는 직업 경력이다. 물론 좋은 학교를 나오면 더 우대받고 좋은 스타트 점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우리나 그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스타트 이후 나오는 결과들에 대해 그들은 냉정하게 본다. 한국은 그에 비해 명문대 졸업장이 쳐주는 쉴드(보호)가 미국보다는 훨씬 오래 간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