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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는 한국

한국, 미국, 일본 대기업의 신입 사원 채용 특징


얼마 전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일본 여학생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오기로 결심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일본은 유학파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나 봅니다.
나라에서 살고 교토에 있는 고등학교로 통학하기 위해 매일 세시간씩 기차 안에서 보내야 했던 이 처녀는 일본의 교육에 대해 불만이 무척 많았습니다.

"일본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아요. 대학만 들어가면 술먹고 어울리고 놀기 바쁘죠."

일본 대학생들이 논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예전 아이엠에프 이전의 한국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 한국의 대학생들도 음주가무의 낭만을 학창시절 내내 누리고 다녔었죠. 서울 시내의 대학만 들어가면 취업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학점이니 토익이니 이런 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주로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죠. 지금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도 대학생들은 놀지 못하고 취업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높은 학점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엠에프 이전을 떠올리게 됩니다. 대학을 간 청춘들에게는 현실 걱정을 벗어나 낭만의 호사를 누리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변했습니다. 취업문이 좁아졌고 대학생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토익 열풍이 일어났고 영어학원가가 크게 번창하게 되었으며 한국학생들의 학점은 B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경기는 우리에 비해 그렇게 좋은 것일까요? 학점이나 영어 공부를 신경쓰지 않아도 될만큼?

그러나 알고보면, 공부안하는 일본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공부를 안하는 이유는 공부를 하나 공부를 안하나 들어갈 취직 자리의 레벨이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어느 정도 결정되어지기 때문입니다. 입사 채용시, 기업은 입사지원자의 토익? 안봅니다. 학점? 신경 안씁니다. 그러면 무엇을 보고 기업이 사람을 뽑습니까. 바로 학벌입니다. 학벌 순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입니다.

전 그녀의 말을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녀의 고교 동문들이 동네 친구들이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대부분 취업을 했나 봅니다. 그녀의 친구들의 모습들만 보고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미국은 어떻습니까. 미국에는 한국과 같은 대규모 공채란 것이 없습니다. 미국 대기업에서 신입사원들을 채용할때는 대학에 재학중인 사람들 중에서 미리 뽑습니다. 미국은 보통 채용 일년 전에 구직자를 미리 뽑아둡니다. 신입사원 채용을 한국보다 장기적으로 관리합니다. 학교의 취업센터에 올려진 구직 희망자들의 데이타베이스를 검색해서 일정 기준 이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합니다. 한국처럼 기업 단위의 공채에 입사 지원자들의 서류를 일괄접수해서 그 가운데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은 각 학교별로 찾아가서 그 학교 안에서 뽑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명문대학이면 좋은 곳의 취업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신입사원 채용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그외에도 필요할 때마다 상시 채용을 하는데 이때는 인터넷에 공고가 뜨고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시 채용의 경우에는 인사팀이 미리 아는 사람들을 뽑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의 대규모 공채 제도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했을 때 나름대로의 장점이란 구직자들에게 비교적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기업에서 서류 심사시 학벌에서 차별 대우를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학벌이 안좋아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어 성적인 것입니다. 한국에서 영어 사교육은 엄청나게 늘었고 사람들이 그에 지불해야되는 비중은 장난아니게 커졌죠. 과연 쓸모있는 비용인지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대학 내의 동기들이 자기와 비교되는 존재이므로 학점의 비중이 매우 큽니다. 학벌은 이미 정해진 것입니다. 학생은 자기 학교에 채용을 오는 면접관들을 상대로 구직 활동을 하는 것이지, 자신이 기업을 찾아다니며 서류를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학교에 찾아오지 않는 기업들은 생각하지 않는 편이 속쓰리지 않는 길입니다. 자신의 학교에 찾아오지 않는 기업을 상대로 취업하기란 별따기 만큼 힘든 일이니까요.


일본은 학교에 따라 갈 수 있는 기업의 수준이 거의 정해집니다. 좋은 학교만 간다면 학점이 낮아도 취업하는 데 큰 걱정이 없습니다. 영어 시험 따위는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나쁜 학교를 간다면 학점이 좋아도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더욱이 낮은 학벌을 극복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인 영어 시험 성적이 별무신통인 나라입니다.


영어 성적 대신 높은 학점을 가지고 낮은 학벌의 약점을 상쇄시키는 현실적으로 곤란합니다. 왜냐면 학점이란 학교별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학교라는 가중치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류대의 3.0이 그렇지 않은 대학교의 4.0보다 따기 쉬운 것인지 절대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점은 학교 레벨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를 보충해줄 수 있는 기회가 영어 성적과 각종 시험 자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기업의 채용방식은 학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이에게 기회를 주는 공평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영어 성적이라는 것이 과연 입사할 때 필요한 기준인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일본, 미국, 한국 이 세 나라의 일류 기업들의 채용 방식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