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매너는 어떤 것일까?
한국인과 미국인은 서로에게 어떻게 비추어질까요?
미국인은 한국인을 볼때 좋게 말해서 솔직하고 감정에 충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좋게 보는 사람들은 한국인이 말을 가려서 하지 않고 너무 직설적이다, 공격적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반대로 저같은 한국인이 미국인을 볼때는 좋게 말해서 매너가 좋다라고 생각합니다. 안좋게 보는 사람들은 가식적이다, 냉정하고 계산적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미국인들은 남 듣기 싫어할 만한 말은 하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일 뿐, 진심과 상관없습니다. 진심일 수도 있고 가식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죠. 다만 아무리 나쁜 놈도 겉으로는 나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비슷하다고 할 지 모르겠으나 포장에 있어서 한국과는 레벨이 다릅니다.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한다면 자신을 잘 드러냅니다. 조금만 서로 아는 사이라 하더라도 쉽게 속을 털어놓기도 하고, 만난지 5분도 안되서 '형, 아우' 하며 금방 거리감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전혀 모르는 남들끼리도 서로 금방 흥분하기도 합니다.
만약에 공공 도서관에서 누가 떠든다면 한국인은 누군가 가서 그러지 말라고 직접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인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그러지 않습니다. 직원이 와서 말을 하기 전에는 속닥거려도 누구 하나 인상쓰는 사람 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남의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보다는 남에게 싫은 말을 하는 것을, 싫은 표정을 짓는 것을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것을 꺼립니다. 그리고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말합니다.
그래서 솔직하다는 인상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면 겉다르고 속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올해 박찬호 선수가 미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데 '설사(Diarrhea)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덕아웃에 있던 많은 선수들이 웃고 이 인터뷰는 CNN에 화제의 동영상으로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일종의 문화차이입니다. 미국인들은 안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최대한 피합니다. 자신의 몸이 어디가 안좋다고 이야기하는 것마저도 피합니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상대의 불편한 점을 묻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상대에게 자신이 지금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피합니다.
만약에 귀가 아프다고 하면 사람들 앞에서'귀의 어디가 어때서 아프다'라고 말을 하기보다는 '귀의 어딘가 좀 잘못된 것 같아(I have something wrong with my ear)' 라고 말을 합니다. Disease라는 말은 질병을 말합니다. 어디 아퍼? 이렇게 물어야 할때, 'Do you have any disease?' 하면 미국인들 뒤집어집니다. Disease라는 말이 대화에 사용되기에는 너무 어감이 강하다고 합니다. 대신에 'You look pale. Are you OK?' 이 정도로 묻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미국 시트콤을 보면 우리와 웃음의 코드가 다르다라고 말하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웃음의 코드가 어떻게 다를까요?
한국의 개그는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까거나 자신을 직접적으로 비하하면서 웃음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욕개그, 호통개그라는 것까지 나왔었죠. 미국 코미디는 상대를 직설적으로 놀리지 않습니다. 간접적으로 돌려서 이야기합니다.
놀림을 당해도 당한 이가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도 않습니다. 움찔해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태연한척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살살 비아냥거리면서 반격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대방을 돌려서 치는 미국식 개그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화끈하고 시원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싱겁고 재미없다고 여겨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립서비스가 대단합니다. 뭐 하나에도 칭찬과 격려가 장난아닙니다. 제가 처음 미국인들과 이야기할 때, 전 그들이 '너무나 천사같은 사람들이다', 좋은 점만 봐주고 칭찬 잘하고 마음씨가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뭘해도 잘했다고 하고 조금 못했다고 하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면서 넌 잘할 수 있을 거라 격려해주고. 어쩌면 이렇게들 사고방식이 긍정적이고 좋은 면만 보려고 할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그들이 겉에서 하는 이야기와 그들의 속마음이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속으로는 '넌 쓰레기야 넌 형편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스마일하고 나이스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예절이고 문화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겉에서 하는 칭찬을 백퍼센트 곧이곧대로 들어서는 안됩니다. 그냥 말치례입니다.
미국 문화란 남이 'How are you?' 하고 인사하는 데 친절하게도 'I'm so bad'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우 아유' 라는 인삿말의 뜻은 문자 그대로를 따지자면 '너 어때?'하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냥 '안녕?'하는 인사입니다. 이것을 질문으로 받아들이고서 솔직하게 '나 오늘 기분 안좋아'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그 대답이 악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겉치레로 넘겨야 할 부분은 겉치레로 넘겨야 합니다.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서 혼자 속마음을 연다고 상대방이 달가와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말을 돌려서 하고,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미국인의 매너입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을 대할 때는 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한국 스타일대로라면 내 기분을 솔직하게 질러보기도 하고 내 주장을 강하게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왕따당하기 쉽습니다. 겉으로는 좋다고 말하겠죠. 그러나 조용히 거리를 만듭니다. 뒤에서 험담을 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내 앞에서는 여전히 웃는 모습을 짓고 싫은 말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관계를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아니 이런,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죠.
한국인은 겉으로 좋은 말만 해주는 것보다 때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마음을 터놓는 관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종종 술자리를 갖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겉다르고 속다르다 할 수 있는 미국인의 모습은 우리보다는 혼네 다테마에 하는 일본인의 모습을 더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과의 차이를 말하자면 일본은 싫은 소리를 안하는 것만이 아니라 칭찬도 그다지 많이 하지 않고 그저 조심조심 말하는 것인 반면에 미국은 싫은 소리는 절대 조심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좋은 소리, 그러니까 립서비스를 하는 것에는 아낌없다는 점입니다.
미국인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그리고 칭찬, 칭찬, 칭찬입니다. 이런 것을 절대 낯간지러운 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감정조절할 줄 모르는 애같고, 네트워크를 넓힐 줄 모르는,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절친한 관계가 아닌 이상 속마음을 함부로 털어놓으면 이상한 녀석이 되어버립니다. 아니 절친하더라도 듣기 부담스럽거나 싫은 소리는 조심해야 합니다.
기자의 평론글을 보면 '냉정하고 때로는 노골적인 비판도 있던데 무슨 소리냐' 하는 분들이 혹시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돈을 받고 쓰는 글입니다. 자신이 받은 댓가에 충실하게 요구에 맞추어 글을 쓰는 것은 아주 프로페셔널한 자세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매너 이야기는 직업에 관련한 것이 아니라 사석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인간 관계에 있어 감정에 충실한 정도를 각 나라별로 재자면 제 경험으로는 베트남이 단연 지존이었습니다. 한없이 친근하게 굴다가도 갑자기 울그락불그락해지고, 베트남 사람들은 감정에 아주 솔직합니다. 멕시칸들도 그렇습니다. 화끈할 때 한없이 화끈합니다.
그 다음에 한국과 중국, 인도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일본, 그리고 대화가 피상적이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로 끝판왕은 미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설적인 대화가 오고가는 곳과 간접적인 화법이 주류인 곳은 서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간접적인 표현이 있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공격하지 않고 젠틀합니다. 다만 정이 없거나 차갑다고 느껴질 때가 많을 것입니다. 정이 없다기보다 사실은 상대의 일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 태도인데 한국인은 가려운데 긁어줄 줄 모른다고 서운하게 받아들일 경우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오지랍이라 느껴지는 간섭이 없는 대신, 잔소리같지만 챙겨주는 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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