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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는 한국

재미 교포 학생들의 모습 - 교육 문제

오늘은 재미 한인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인 1.5세나 2세들은 다른 아시아계와 더불어 흑인들이나 히스패닉과 비교했을때 발군의 학업성적을 보입니다. 백인과 비교해서도 상대적인 우위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그 성적은 어디까지나 고등학교때까지의 이야기고 대학에 진학한 후부터는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점점 뒤로 처지는 모습들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한국식, 아니 동양식 교육문화 때문입니다. 중고등교육에서 성적으로 드러난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편법의 수단을 동원합니다. 그것은 바로 과외나 학원입니다. 미국에선 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러합니다. 학교 교육에만 맡긴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한국인 부모들의 열성적인 교육열은 미국 땅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모르는 분들이 있겠지만 미국에서도 한국식 과외가 있고 학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어나 다른 문제로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받지 않는 과외의 힘을 빌어서 우수한 성적으로 가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과외를 받습니다. 그리고 돈있는 집안에서는 비싼 SAT 학원에도 보내고 심지어는 방학때 한국에 있는 학원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자식 과외 시키냐고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조차 못할 것입니다. 미국 학생들은 방학 때 에세이의 재료가 될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반면 한국 학생들은 학원에 나가기도 하고 근처 대학교에서 대학 학점을 미리 따기도 합니다. 여름방학때 열리는 대학 선수과목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아시안들입니다. 인도, 중국, 한국 학생들 말입니다. 정말 부지런하고 학업에 대한 열정에 불타는 아시안이 아닌가 합니다.

 

혼자서 공부하고 스스로 원리를 깨우쳐서 올라가는 사람과 시험문제만을 대비한 사람은 나중에 결과가 같을 수가 없습니다. 시험문제만을 대비한 사람이 당장은 점수가 더 높을 지 모릅니다. 왜냐면 혼자서 했으면 겪었을 여러가지 시행착오들로 빚어졌을 시간 소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깔끔하게 시간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는 주어진 것을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탐색할 문제의식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 과외 학습의 가장 큰 폐해입니다. 알고 넘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스스로 논리를 세우고 원리를 깨우치는 과정없이 수박 겉핥기로 외우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과외와 학원의 힘을 빌어 고득점을 얻은 학생들은 어떤 의미에서 치팅(부정행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외나 학원의 힘을 빌지 않은 학생들과의 경쟁이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미국 시험의 특성상 더욱 그러합니다.

 

미국의 시험 문제들은 한국인의 눈으로 보자면 보안의 측면에서 허술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들은 문제 은행 시스템이고 컴퓨터 시험방식입니다. 문제은행이란 문제를 이미 만들어 저장해 놓은 것입니다. 컴퓨터 시험방식은 하나의 문제를 맞추면 그 다음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틀리면 낮아지는 것입니다. 토플이나 GRE와 같은 미국 시험을 겪어본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난이도가 최고급의 문제는 숫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2만개의 문제가 문제은행에 있다면 마지막 레벨의 문제는 100개 정도가 아니겠습니까. 마지막 레벨의 문제를 푸느냐 못푸느냐가 최고점으로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인데 그 문제들의 수가 정해져 있다면 이 문제들을 미리 풀어본 사람은 답을 알고 시험을 치루는 것과 같이 유리해 질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쪽집게 학원에서 벌여온 수작들은 이런 문제들을 유출해서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 학생들의 토익이나 토플 성적은 영어 성적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그 이유는 학생들과 선생들이 담합해서 기출문제를 유출하기 때문입니다. 선생이야 돈벌어서 좋고 학생들은 높은 성적을 얻어서 좋으니 상호 담합을 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시험장에 들어가서 수험자가 맨처음 동의하는 내용은 문제를 결코 유출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한국학생들은 가볍게 어깁니다. 이런 식으로 만든 높은 시험 성적은 결국 부정행위의 산물일 뿐인데 한국에서는 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적에 비해 실력이 안되는 것이고 이런 현상을 미국 교수들이 흥미있게 보게 된 것이고 결국 시험 방식이 자꾸 변하는 이유가 된 것입니다. 미국 교수들이 한국 유학생들을 보면 세번 놀란다고 하지 않습니까. 첫째로 높은 시험 점수에 놀랍니다. 둘째로 그럼에도 영어를 못하고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 모습에 놀랍니다. 마지막에도 수업시간에 아무 질문도 없고 물어보면 말도 잘못하는데 중간 고사나 기말 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란다고 합니다.

 

여기서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 미국인들은 그렇게 허술한 문제은행 방식과 컴퓨터 시험방식을 택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미국인들은 그런 부정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는 것과 부정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기할 정도로 문제 유출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문제은행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 입시나 고시에 문제은행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공부좀 한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99점 이상을 기록하지 않을까요? 대부분 아무 죄의식없이 기출문제를 유출할 것이며 그렇게 누출된 기출문제만 달달달 암기하고 들어갈테니까 말입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낮은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학생들의 고등학교까지의 시험 성적은 발군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대학가서도 시험에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상당수의 미국 대학 교수들의 시험 문제가 학기가 달라져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족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도 미국 학생들은 족보를 구하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족보는 인도, 중국, 베트남, 한국과 같은 동양계 학생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미국 학생들이나 교수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학기 똑같은 문제를 내던 시험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점수를 위해서라면 어떤 편법도 가능한한 최대한 동원하는 편법 지상주의 동양인과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미국은 다릅니다. 미국인 친구에게 족보를 보여줄까 넌지시 암시했더니 자기는 그런 것 필요없다고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성적을 만들기 위해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기 위해 시험을 보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한국 학생들을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중국 학생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심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미국 학생들은 족보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것을 찾지 않습니다.

 

결과를 위해서 과정은 어떻게 생략되어도 좋다는 방식은 결국 나중에 가서 반드시 탈이 나고 맙니다. 일례를 들자면, 만들어낸 토플 점수가 높아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영어가 안되는 학생은 수업을 알아듣지 못해 고생하다 낙오하기 쉽상입니다. (물론 족보를 이용해서 살아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인 유학생의 아이비리그 중퇴율이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높은 것은 이러한 모습의 한 단면이라 하겠습니다. 1.5세나 2세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교까지 만들어낸 성적은 우수했으나 대학가서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시점에 오면 고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다른 미국인 학생들은 점수에 거품이 없이 자기 실력에 맞게 학교에 들어왔고 문제 유출해주는 학원이나 정답찾기만 하는 과외와 같은 도움없이 스스로 공부했기에 어려운 난관에 부딪혀도 스스로 길을 찾아 돌파하는 힘이 강합니다.

 

시험 중심의 공부라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 되기 쉽기에 불필요한 군더더기없이 공부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학원에서 알려주는 데로 군더더기없이 요령있게 공부하는 것은 효율은 좋으나 결국에 가서는 넓지만 얇은 지식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요약정리에만 의존하거나 엑기스만 파는 공부는 휘발성이 강합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확실히 자기 생각을 만들면서 간 사람은 과거의 공부를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속성으로 요점만 정리하고 간 사람은 시험이 끝나면 마치 새로 컴퓨터를 포맷한 것처럼 많은 메모리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렇기에 학원 스타일의 공부에 익숙해진 한국 학생들은 SAT가 끝나는 순간 새출발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그와 달리 시험에 촛점을 두지 않고 자기가 파는 대로 공부한 미국 학생들은 시험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을 지 모르나 자신의 것들을 가지고 가면서 대학에서의 새로운 지식들을 거기에 접목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점점 성취도에 가속도가 붙게 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학에 가면서부터 한국계는 미국 학생들에게 뒤쳐지기 시작합니다. 논리나 사고력을 만들기보다는 지식을 메모리에 채우는 한국 스타일의 공부는 사고력 발달에 유리할 것이 없습니다. 아는 것이 많다고 자랑하지만 그 아는 것을 꿰어서 자기 생각에 활용하는 능력은 미국 학생들만 못합니다.

결국 한국 학생들의 조로화 현상은 멀리 내다보는 기본기보다 눈앞의 점수에 집착하는 한국 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과 간섭이 빚어내는 파행적인 현상입니다. 이는 한국 안에서는 이미 상식적인 일이 되어버렸고 다른 나라에 나가서도 변함없이 일어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