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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는 한국

교포 한인 1.5세와 2세들의 모습 1 - 언어 능력

교포 1.5세와 2세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많은 한국에 있는 분들이 교포 2세들의 삶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그들에 대해 국내에 잘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2세 중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연예인들이 있고, 그 가운데 병역 회피자로 알려진 사람도 있고, 이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듯 합니다. 일부는 교포 2세들이 공부를 잘해서 아이비리그에 많이 간다는 정도까지 알기도 할 것입니다.

1.5세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건너간 사람들이고 2세는 미국 시민권자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들이 궁금해 할 것 같은 예상질문들을 던지고 거기에 대해 답을 하는 형식으로 그들에 대한 모습을 묘사해 볼까 합니다.

 

여기서는 첫째로 언어 능력을 보겠습니다. 그들은 한국어와 영어를 둘다 동시에 잘하는 축복받은 Bilingual일까요? 이것이야말로 널리 잘못 알려진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 한국어와 영어를 둘다 완벽하게 구사하는 1.5세나 2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언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먼저 1.5세를 보죠. 물론 영어에 문외한인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영어를 잘합니다. 초등학교때 미국에 온 학생들, 중고등학교때 미국에 온 학생들, 미국에서 몇년간의 학창시절을 보내면 한국의 토익 900대에 있는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듣기 능력과 말하기 능력이 뛰어납니다. 특히 발음 면에서 한국인 토종이 발음하는 영어와 비교할 수 없이 잘 굴립니다. 그러나 영어 자체를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미국인들만큼 하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습니다. 물론 소수 존재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다른 이들과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난 이들입니다. 소수의 천재들의 사례를 가지고 모든 이들이 그러할 것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내 자식을 미국에 보내면 영어는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것도 겨우 일이년 보내고 말입니다. 다만 영어 성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런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은 버벅거리는 영어를 구사합니다. 사람마다 편차가 크게 납니다. 재능있고, 미국인 친구(주로 같은 동양계지만)들과 보다 많이 어울리는 학생들은 매우 훌륭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합니다. 그러나 한국인 1.5세들하고만 사귀고 놀러다니는 사람들은 어학연수 2년한 사람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의 영어 실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읽기와 쓰기 능력에 있습니다. 듣고 말하는 회화는 평소 자기가 잘 어울려 다니는 사람들 수준에 맞추어 형성되어 갑니다. 특별한 노력이 없더라도 일상적인 회화는 해야하는 것이기에 그런 부분에서마저 부족함을 드러내는 1.5세들은 드뭅니다. 하지만 고급 회화(철학이나 법률 용어같은 보다 전문적인 수준)를 자유자재로 하기 위해선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고급 회화 능력은 읽기 쓰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읽기나 쓰기란 학업이나 독서에 관심이 없으면 미국에 있을 지라도 전혀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한 사람보다도 읽기가 안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론해 낼 수 있는 가정이 있습니다. 1.5세들의 영어 실력은 깊은 사고 능력을 요구하는 단계의 언어 능력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중학교때 건너온 A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A는 한국에 있을 때까지 한국어로 된 책들을 많이 읽고 또래보다 깊은 사고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수준까지에서 형성되는 사고 개념이란 추상적인 사고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게해서 미국에 건너오게 된 그는 이제 한국말을 접고 영어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는 학업에서 두각을 드러낼 지 몰라도 영어로 된 책읽기가 아직 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책읽기도 줄고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깊은 수준의 사고를 형성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해도 그는 언어에 관해 원래 자신이 가질 수 있었던 잠재력의 수준으로 다다르지 못하고 맙니다.

많은 이들이 영어 교육에 관해 간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나를 잘하면 다른 하나에 시너지 효과를 막연히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하나에 시간을 들이면 다른 하나에 들어가는 시간이 주는 것입니다(시너지 효과는 언어 능력 그 자체보다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 증가와 같은 보다 인지적인 문제에서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바람직한 결과라면 한국적 사고와 미국적 사고의 결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겠지요)

A는 한국어와 영어를 둘다 무난하게 잘합니다. 일상 생활 뿐이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원래 원했던 꿈이었던 변호사나 철학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영어를 할 때나 한국어를 할 때나 아주 깊이있게 들어가지 못하고 어느 정도에서 그치고 맙니다. 왜냐면 같은 재능을 가진 B가 하나의 언어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 이루어낸 언어 능력을 A가 두 언어에서 모두 보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중 언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너무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시간을 위해 다른 하나를 사용할 시간을 희생한 것입니다.

언어란 말하기나 듣기가 아니라 읽기와 쓰기 속에서 고급레벨의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고, 읽기나 쓰기는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본인의 노력에 좌우되며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한국어로 된 책을 두 권 읽은 사람이 영어로 된 책 한 권 읽고 한국어로 된 책 한 권 읽은 사람보다 한국어에 대한 감각이 낮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같은 재능이라면 두 개 이상의 다른 언어로 된 책을 읽은 사람이 하나의 언어로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을 언어적인 재능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A의 문제는 한국어도 영어도 다 잘하지만 한국어도 영어도 누구보다도 더 잘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영어만 보고 건너온 1.5세들이 놓치고 마는 점입니다.


2세는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2세들에게는 한국어는 제 2 외국어입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영어보다 한국어 실력입니다. 본인의 관심과 노력 여하에 따라 조금 알아듣는 수준부터 무난하게 말하는 수준까지 차이가 납니다. 2세 중에서도 미국에서 살았는 지 전혀 티 안날 정도로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두 가지 경우 중에 하나입니다. 타고난 언어적 재능이 놀라운 사람이거나 아니면 다른 2세들과 달리 한국말을 많이 사용하면서 자라난 경우입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그는 제가 앞서 말한 1.5세의 딜레마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다음 편에 보다 더 중요한, 교육 문제와 인성 형성의 특징을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