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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와 의식

중국과 미국의 환율 전쟁, 무역 전쟁의 배경 - 1

앞서의 환율에 관한 글들에 이어(아래에 링크)

미국의 무역 적자와 재정적자

오늘은 중국과 미국의 환율 전쟁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미국 무역 수지 적자의 5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위 표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는 상위 10개국이다. 차이나가 단연 1위, 다음이 멕시코, 일본, 독일 순이다. 2010년 9월 한달에만 중국은 278억달러를 벌어들였고 1년 동안 이천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중국은 지금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무역 수지를 많이 벌어들이는 나라임과 동시에 가장 많은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중국은 과연 얼마나 벌어들일까? 


CIA자료에 따르면 2009 한해동안 중국은 3천억 달러를 벌어들여 전세계 무역 흑자액의 26.6%를 차지했다. 

이와 반대로 미국은 3천 8백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해서 전세계 무역 적자액의 34%를 차지한다.

앞서 적었듯이 미국의 무역 적자 3천 8백억 달러 중에서 대략 절반에 이르는 2천억 달러가 중국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의 폭은 갈수록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때 일본이 미국 무역적자의 절반을 차지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0%정도만을 차지한다면 중국은 이제 50%를 넘기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무서움은 80년대 미국을 위협하던 또다른 아시아 국가인 일본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그때의 일본과 성격이 다르다. 그러므로 미국이 중국을 그당시 일본 다루듯 할 수가 없다.

두 나라는 어떻게 다른가? 

먼저 두 나라의 정치적 외교적 성격이 다르다
일본은 미국은 안보우산을 쓰고 있고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 아래에 있지만 중국은 미국의 정치적 압력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다. 그리고 일본은 명색이 자본주의 체제지만 중국은 명목상이라도 사회주의 체제다. 일본이 그나마 시장경제를 유지한다면 중국은 완전히 국가 주도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다. 

둘째, 80년대 일본은 가격 경쟁력 뿐만이 아니라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오로지 가격 경쟁력이다.
80년대 일본은 그래도 선진국이었지만 중국은 지금도 저소득국가다.

2009년 전세계 PPP 평균은 $10,400달러로 나와있다. 
http://www.indexmundi.com/world/gdp_per_capita_(ppp).html
CIA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중국의 PPP는 6,300달러로 194개국 중에서 102위를 기록하고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List_of_countries_by_GDP_(PPP)_per_capita

이것은 다시말해 그당시 일본이 성장의 한계에 다다를 즈음이었음에 반해 중국은 이제 막 발전하기 시작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당시 선진국이던 일본을 다루던 방식으로 지금의 후진국인 중국을 같이 다루기란 어렵다는 점이다. 그당시 일본에게 선진국답게 시민들의 삶의 수준을 높여라, 환율을 올리고 수입을 촉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지만 지금 후진국인 중국에게 같은 논리를 적용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그당시 일본에는 외국 자본의 투자가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해 일본에는 순수 일본 공장만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 브랜드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중국 자체의 브랜드로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임금의 매력을느낀 선진 국가들의 공장들이 중국에 대거 이전했고 그들의 상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다시말해 중국이 물건을 미국에 팔지만 그 물건을 만드는 공장의 주인은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대만 회사들이라는 이는 중국을 규제하는 것이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자유 무역지구이자 중국의 경제 특구의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하고서 미국, 일본, 대만, 영국, 한국, 싱가폴 등이 중국에 투자한 자본은 거의 비슷비슷한 규모이다.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중국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하여 전세계에 팔려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땅에 투자된 자본의 규모는 5천억 달러 정도로 전세계 9위의 수준이다(1위는 미국, 2위는 프랑스). 
http://en.wikipedia.org/wiki/List_of_countries_by_received_FDI
그러나 선진국들을 제외하고 보면 압도적인 1위다. 참고로 일본에는 2천억, 한국에는 8백억 달러만이 투자되어 있다.
선진국에 대한 투자와 후진국에 대한 투자는 성격이 다른데 선진국에의 투자는 주로 상품 판매를 위한 전진 기지와 연구 시설,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후진국에의 투자는 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넷째, 일본은 외환시장이 자유롭고 변동환율제의 국가다. 그러나 중국은 외환시장이 정부에 의해 철저히 제한되어 있고 위완화의 가치는 달라에 고정되어 있다. 중국에 투자되는 돈은 어디까지나 제조업, 그것도 수출품목에 제한되어 있고 증권과 금융에는 진출할 수가 없다. 중국 내부에서는 달라로 거래할 수가 없다. 외화의 환전은 중앙은행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그 액수는 철저히 관리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해서 미국이 지금의 중국에 대해 예전 일본에 요구했던 환율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두 나라의 경제체제와 경쟁력의 성격이 너무도 다르고 또 환율을 강제할 수단이 부족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역 적자도 큰 이유가 되겠지만 더 큰 이유가 있으니 그것은 실업문제다. 어느 기사에서 얼핏 본바로 미국에서 고부가가치 인력시장의 규모는 매해 10% 증가하는 반면 단순 노동 인력 시장의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노동 인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순 노동인력이다. 
노동시장이 줄어드는 이유는 공장들이 값싼 임금을 찾아서 해외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2천년대에 들어서 미국이 잃어버린 직업의 상당수는 중국이 가져갔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해 계속 불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은 9.6%로 지난 30년 가운데 최고로 높은 수준이고 현재 이것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기관들의 예측에 따르면 이전 평균 수준인 5%대로 돌아오려면 10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중국 환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막을 수 있을까? 중국의 환율이 높아진다면 그 다음에는 중국보다 더 싼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옮겨갈 것이 아닌가? 이런 본질적인 문제가 있기에 미국의 중국 환율에 대한 대처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일본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잠시나마 미국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실업률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또한 일본에는 미국 회사들이 없었기 에 타겟도 선명했다. 그러나 엔고 현상을 피해 일본을 떠난 자금은 중국으로 유입되었다. 지금 중국은 자기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회사들과 일본, 대만, 한국과 같은 외국 회사들이 있다. 중국의 환율을 낮추는 것으로 떠나간 일자리를 되찾으려는 노력은 결국 일시적인 효과만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인건비가 비싸지면 미국 자본, 외국 자본은 중국을 떠나 또다른 외국으로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타겟은 너무나 싼 중국 제품이지만 그 제품에는 여러 나라의 자본이 함께하고 있다. 결국 중국에 대한 환율 견제는 직업을 잃어가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국은 지금 갑자기 환율을 올리기가 어려운 내부적인 문제를 갖고 있기도 하다.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나 싼 임금 구조를 갖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의 총 국가 소득에서 노동자의 임금이 차지하는 수준은 4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선진국 평균은 65% 정도다. 
위 표는 OECD 15개국 평균의 GDP 대비 노동소득의 몫을 보여준다. 70년대의 절정으로부터 조금씩 내려간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의 해외 이전 현상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나라가 돈을 버는 것에 비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매우 작다. 이는 일당 독재의 정치 구조 속에서 국가 주도로 발전하는 경제체제를 유지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노동시장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놀랍게도 75% 수준으로 전세계 탑급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임금 수준이 매우 높다. 1996년에는 기록적으로 85%까지 올랐었는데 아이엠에프 이전의 한국 임금은 거품이 많았다는 증거 중의 하나다. 가끔 사람들이 아이엠에프 이전을 그리워하지만 그 때는 우리의 경제 수준에 비해 너무 잘 살고 있을 때였다. 그때의 호황은 거품이다. 나중에 다룰 주제지만 이런 것이 한국에서 가능한 것은 나라가 여러가지 물가 수준을 낮추고 철저히 통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산업 근로자를 위해 서비스 분야의 성장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위 자료는 OECD의 통계자료에서 뽑은 것이다. 한국과 다른 주요 국가들의 노동 소득 대비 국민 총생산의 비중을 보여준다. 보다시피 한국이 국민총생산에서 노동소득의 비중이 가장 높다.


어마어마한 무역 수지 흑자와 10%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경제성장율인데도 중국이 임금 수준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경우라면 무역수지 흑자와 높은 성장율은 임금율 상승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유는 역시나 일당 독재 사회 주의 국가인 중국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중국은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국내에 풀지 않는다. 그 대신에 외국 채권들을 사놓는 것이다. 미국 국채를 비롯, 최근에는 유로화와 원화까지 사들이고 있다. 그리고 외국에 투자액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넘치는 외화를 가지고서 중국은 외국의 자원들을 쓸어담고 있다. 중국의 최근 연간 해외 투자액은 이미 일본 투자액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위 표는 영국, 미국, 일본, 중국의 해외직접투자액(FDI)가 전세계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1914년에 영국은 전세계 투자액의 45%를 차지했고, 1970년에 미국의 투자액은 50%를 넘었다. 90년에 엔화의 가치절상으로 구매력이 강했던 일본이 10%를 차지했었고 그 이후 거품 붕괴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떠오르는 강자, 중국은 지금 6%대를 차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얼마까지 더 증가하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 일본의 투자액 규모는 넘어섰으나 아직 영국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왜 미국 채권을 사들이는지 이제 이해가 갈 것이다. 그들은 그 엄청난 돈을 인민들에게 풀지 않고 나라의 이름으로 채권 구좌에 예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저임금 구조의 생산방식과 무역 이점을 살리고 그들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을 누가 알겠는가? 중국 경제에서 무역 의존도는 40%를 넘는다. 전세계 2위권인 경제지만 극도로 무역 의존도가 높다. 1위인 미국의 무역 의존도가 10%가 안되고 일본의 무역 규모가 경제 규모의 15%선인것에 비교할 때 중국의 무역 의존도는 매우 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최근 2년동안 눈에 띄게 임금 상승율을 높였다. 내수 위주로 경제 체제를 전환하려는 신호탄으로 보여지는 점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 물가는 억제해도 부동산 가격 폭등은 막지 못해 집값 땅값이 심각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과대 생산해서 재고량도 엄청 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발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국이 지나치게 싼 가격을 이용한 무역에 의존하고, 남아도는 돈으로 과잉투자, 중복투자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버블은 환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환율 조정과 구매력 상승을 통한 무역 감소는 내수 시장 확대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그리고 땅 넓고 인구 많고 돈 많은 중국은 그럴만한 잠재력이 있다. 



중국의 임금 수준이 얼마나 낮은 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본다면 미국이 100이라면 일본이 85,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싱가폴, 한국, 대만, 필리핀)이 40인데 중국은 2정도다. (2004년 기준, http://www.bls.gov/opub/mlr/2009/04/art3full.pdf)



다음 편에 왜 미국과 동아시아는 무역 전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지 두 지역간의 경제구조 무역구조를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