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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와 의식

환율 전쟁 그리고 달라 보유고



환율이란 것이 뭘까? 나라 간의 화폐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1달러에 천원 한다는 것, 1엔이 십원한다는 것은 각 나라의 돈값을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면 왜 환율이란 것은 변하는 것일까? 그것은 변동환율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고정환율제가 세상을 지배했다. 각 나라의 통화량은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금을 얼마나 보관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었었다. 이를 금본위제 통화체제라고 한다. 20세기 초까지 세계를 지배한 통화체제다. 각나라는 보유하고 있는 금의 수량을 조절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고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어 냈다.
그러나 1930년대의 대공황과 40년대의 세계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각 나라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찍어내게 되었고 금본위제가 흔들리게 되었다. 금의 생산량은 한계가 있고 급증하는 화폐의 수요만큼 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1944년, 미국 브레튼우즈라는 도시에 44개 연합국의 대표들이 모여 통화체제의 안정을 위한 협의를 한다. 그 자리에서 브레튼 우즈 체제가 형성된다. 아이엠에프 (IMF) 와 세계 은행 (World Bank)를 창설하고 나라별 금본위제를 벗어나 고정환율제를 사용하기로 한다. 가장 경제가 강한 국가인 미국의 달라가 금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달라만이 유일하게 금본위제를 유지하고 다른 나라 화폐들은 달라에 연동되었다. 예를 들어 일본 엔화의 가치는 1달라에 360엔이고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는 4달러였다.
미국은 1971년 달라 금본위제를 포기한다. 그리고 브레튼우즈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각나라는 변동환율제를 사용하게 된다. 화폐의 가치, 환율은 무역과 투자를 통한 화폐의 거래량에 따라서 오르락 내리락 하게 된다. 미국에서 원화를 많이 사게 된다면 원화의 가치는 올라가고 달라 가치는 내려가게 된다.

모든 나라가 변동환율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달라에 위완화의 가치를 묶은 고정환율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베네주엘라 등도 달라와 자국의 화폐를 연동시켰다. 미국 GDP가 세계 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는다. 거기에 주요 산유국들이 달라화에 연동되었기에 달라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폐(현재 전세계 모든 거래의 80% 이상에 달라가 교환된다.)가 되었다. 

표 1) 위 표에서 foreign exchange transactions가 거래될 때 사용되는 외화를 말하고 그 중에서 달라가 개입되는 비중은 80%를 넘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렵게 들어가자면, 만약 달라와 엔화가 교환된다면 달라와 엔화가 모두 사용되는 것이다. 고로 외환거래량의 비중을 계산할 때는 총 200%로 계산한다.)

고정환율제가 화폐의 보호무역주의라면 변동환율제는 화폐의 시장자유주의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장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역이 적자를 보이거나 투자 유치가 부진하면 화폐의 가치는 내려간다. 그러면 화폐가 싸지므로 가격경쟁력이 올라간다. 그러면 무역 수지가 균형으로 돌아서게 되고 투자를 부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무역이 흑자를 보이거나 투자 유치가 많아지면 화폐의 가치는 올라간다. 그러면 화폐가 비싸지므로 가격경쟁력이 내려간다. 그러면 무역 수지가 균형으로 돌아서게 되고 투자가 감소된다.
변동환율제가 이상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전세계는 모두 무역수지와 자본수지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변동환율제의 단점은 변동성이 커지면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다. 특히나 통화량이 작은 나라일 수록 투기 자본의 농간에 놀아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IMF를 통해 이를 경험한 바 있다. 

전세계의 통화거래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1년에서 2007년 사이 외화 거래량은 두배가 넘게 증가하였다.
2010년 4월 현재 하루에 거래되는 외화의 양은 4조 달러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각 나라는 통화의 변동성을 줄이고 자국의 화폐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늘리게 된다. 그리고 그 외환보유고의 절대 다수는 달라가 차지하게 된다. (현재 62% 수준) 
이것이 달라가 강한 이유다. 달라는 안전 자산으로 취급된다. 그만큼 널리 사용되고 그만큼 수요가 많고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프로 확인해 보자.


표 2) 위 표는 전세계 외환보유고 중에서 달라, 유로, 엔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보여준다. 일본 엔이나 영국 파운드의 비중은 매우 미미하고 유로화의 비중은 상승세 있으나 아직 30%가 되지 않고 달라의 비중은 60%를 넘고 있다. 전세계의 달라 선호도를 보여주고 있다.


표 3) 위 표는 전세계 외환보유고의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표 2는 외환보유고 중 달라의 비율을 보여준다면 위 표는 외국이 소유하는 달라의 절대량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 가를 보여준다. 검은 선이 외환보유고량이고 파란선이 달라, 빨간선이 유로화다. 그런데 위 표에서 보면 파란선과 검은선의 격차가 거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외환보유고에서 달라의 비중이 낮아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격차가 나게 된 이유는 Unallocated reserves, 어느 화폐로 저장되는지 확인되지 않은 외환보유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의 상당수, 대략 60% 이상도 달라로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이 Unallocated Reserves의 상당수는 중국이 가지고 있고 그 외에 이머징 마켓이 소유하고 있다.


자 다시 변동환율제로 돌아가보자. 변동환율제를 사용하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의 정도는 나라별로 차이가 난다. 통화 위기 상황이 오면 정부의 개입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투기 자본의 공격에 의해 필요이상으로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평상시에도 통화 가치를 조절하기 위해 환율에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나라는 동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영국이다. 미국의 감사원이라 할 수 있는 GAO의 2005년도 리포트에 따르면 1994년 이전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전세계에서 오직 한국, 대만, 중국이었으며 98년 이후부터 2005년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1994년에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되었었다.
환율 조작국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많이 개입하는 나라는 과거에는 주로 일본과 영국, 그 이후에는 한국과 대만, 그 다음에 태국이 알려져 있으며 중국은 아예 고정환율제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 재무성이 생각하는 환율 조작국가는 역시 중국과 한국과 대만이다.
현재 미국 재무성이 보는 정부 개입에 의한 환율 절하폭은 한국 17%, 대만 6%, 중국 40%다. http://www.economist.com/node/16271489

이와 반대로 중앙 은행이 완전 개입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변동환율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캐나다로 알려져 있고 미국 역시 변동환율제에 충실하다. 변동환율제에 충실한가 아닌가는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가 얼마나 변화하는 가에 달려있다. 외환보유고가 많다는 것은 화폐가 안정적이라는 말과 동시에 정부의 환율 개입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다음 글에서 중국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