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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와 의식

미국 경제와 달라 환율과의 관계

미국 경제와 달라 환율과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요?

아래의 단 한장의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표 1)빨간선달라가치의 변동을 보여줍니다. 위로 오르면 달라가치가 오른 것입니다.

파란선은 무역 적자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줍니다. 파란선이 오르면 무역 적자의 규모가 커지는 것입니다.

2000년대 이전에 환율은 무역 적자와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달라가치가 상승하면 무역 적자가 증가하고 달라가치가 하락하면 무역 적자가 감소하는 형태입니다. (미국의 달라가치는 80년대 들어서 레이건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85년까지 대폭 상승하다가 85년의 플라자 합의로 90년까지 하락하다가 90년대 들어 다시 증가합니다. 그러다가 2001년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하게 됩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는 달라 가치와 무역 경쟁력 간의 상관관계가 사라집니다. 달라가치가 하락해도 무역 적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의 문제가 2000년 이후에 이전보다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2000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대내적인 요인과 대외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대내적인 요인으로 2000년에 들어서 미국은 경기 침체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달라를 찍어냅니다.

경기 침체의 1차적인 원인은 거품이 가득했던 IT 버블이 터진 것입니다.



표 2) 나스닥 지수 변동그래프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코스닥이라 할 수 있는 나스닥(NASDAQ)은 2000년 3월 10일, 금요일에서부터 15일 수요일까지 단 6일 사이에 10% 이상이 하락합니다. 미국 IT 산업의 몰락은 2003년 한국의 벤처몰락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함에도 기술평가와 잠재력평가만 가지고서 벤처 캐피탈을 얻고 부채 경영을 하면서 사업을 벌리고 나스닥에 등록해서 주식 놀이를 하다가 한순간에 훅 가버린 것입니다.
미국 나스닥의 붕괴는 2002년까지 시가 총액의 4분의 3이상이 허공에 사라지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3년 동안 날라간 시가 총액은 5조 달러에 이릅니다. 이렇게 되니 경제가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2001년 9/11 사태가 발생합니다. 맨하탄 증권가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뉴욕 트레이드 센터가 잿더미로 날아가고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습니다.

이 경제적 난국을 극복하자고 미국 정부와 연방은행이 내놓은 대책은 최근의 경제 위기에 내놓은 대책과 거의 같습니다. 돈을 무한정 풀어대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부시 정부는 세금을 감소하고 정부 지출은 줄이지 않는 재정 적자 정책을 펼칩니다. 그 결과 미국은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평균적으로 GDP의 2% 규모의 적자를 기록합니다. 여기에 2001년에 시작된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비용이 큰 몫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하고 재정적자 규모는 위험론이 나올 만큼 커지게 됩니다.

이는 과거 80년대 레이건 시절 재정적자가 불어났던 상황을 연상케 합니다. 레이건은 세금을 대폭 감소했지만 소련과의 군비 경쟁을 했고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레이건 시절에 재정적자가 쌓이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아버지 부시가 1991년에 걸프전을 벌이면서 재정적자 규모는 줄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군비를 축소하며 재정을 긴축하고, 반면 경제 활황으로 세금을 제대로 걷을 수 있어서 재정적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들 부시 정권이 들어서는 시점은 2001년. 2000년 3월부터 시작된 IT 버블과 2001년에 터진 9/11이란 악재는 그의 정권 내내 경제 불황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부시와 FRB의 그린스펀이 선택한 정책은 재정 적자 정책, 양적 완화 정책이었습니다.

조지 부시는 여러 방면에서 세금을 줄이고 반면에 지출은 유지했습니다. 그결과 재정적자가 뒤따르게 되었습니다.
그린스펀은 이자율을 대폭 낮추고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 놓습니다.
그리고 이 정책들을 통해 얼어붙은 경기가 풀리기를 바라게 됩니다. 쏟아져 나온 돈들은 경기를 호전시키는 데 성공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낮은 이자율로 인해 신용을 따지지 않는 대출이 많아지고 부동산 거품이 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공짜로 돈을 빌릴 수 있다면 빌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표 3) 위 그래프는 미국 금융연방준비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은행 기준 금리, 할인율의 변화입니다. 2001년에 6%를 넘던 금리가 2003년에 1%까지 내려갑니다. 여담으로 2008년의 금융 위기에 들어서 다시 대폭 감소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할인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른바 제로 금리.



표 4) 앞서 설명한 미국 재정 적자의 변천입니다. 2000년대 들어와 대폭 늘었습니다. 줄어드는 듯 했는데 그만 모기지 사태가 벌어지고 2009년 경제 대위기에 빠져 1조 3천억달라를 시장에 풀고 맙니다.

재정 적자 정책, 달라 공급 정책은 달라 가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돈을 빌리는 시장 이자율이 낮아지면, 그래서 화폐량이 늘면, 외국 돈을 사는 환율이 오르게 됩니다. 2000년부터 달라가치는 하락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하락한 달라가치는 미국의 무역 역조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달라가치가 하락했음에도 무역적자는 계속 증가하게 된 것입니다.

2000년대 들어와서 달라 가치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깊은 연관성을 갖게 됩니다. 다음의 그래프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표 5) 위 그래프가 설명해주는 것은 1985년에서 2000년까지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와 달라 가치와의 상관관계는 30% 정도 였으나 그 이후로 지금까지는 67%의 연관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에 벌어진 대외적인 현상은 중국의 급부상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는 나라입니다. 미국의 달라가치가 하락해도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달라가치의 하락은 엔화, 유로화, 원화와 같은 다른 나라들의 통화 가치를 상승시키는 영향을 주었지만 중국의 위완화는 멀쩡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2000년대의 달라가치 하락은 그렇지 않아도 질주하던 중국이라는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급격한 무역 성장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세 장의 그래프는 중국의 위엄을 보여줍니다.



표 6) 위 표에서 파란 선은 중국 무역 수지의 규모를, 빨간 선은 외환 보유고를 보여줍니다. 2000년대에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표 7) 미국 중국 간의 무역 적자 규모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미국 GDP대비 미국 무역적자가 어느 정도 규모인가를 보여줍니다. 01년부터 그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표 8) 미국 무역 적자에 중국이 차지하는 몫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표입니다. 97년 이후 감소세이던 중국 무역이 2000년대 들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달라 가치가 내려가면 미국 무역이 이득을 봐야합니다.

그렇지만 중국의 위완화와 연동된 미국의 입장에서는 낮아진 환율이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이 얻어야 할 이득을 중국이 대신 다 가로챘다고나 할까요. 죽쒀서 개준 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2000년대 이전에는 미국의 환율 변동이 미국 무역 수지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으나 2000년대 들어와서는 지나친 양적완화와 고정환율제인 중국의 영향 등으로 별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달라 가치와 미국 경제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