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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과 '발견'

한국 최고 자살율 이면에 숨겨진 사실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최고 자살율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자살율에 관하여 여러 자료를 검색하게 되었고 그 결과 여러가지 흥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왜 한국은 자살율이 높은가? 한번 같이 추적해 보기로 하자.

먼저 한국의 자살율이 OECD 최고라는 자료는 어디에 있는지부터 보기로 한다.

2010년 'OECD fact book'에 실린 자료 중에서 OECD 국가들의 자살율에 관한 부분이 있다.

다음의 링크를 확인해 보자.
http://www.oecdilibrary.org/docserver/download/fulltext/3010061ec090.pdf?expires=1278030799&id=0000&accname=freeContent&checksum=25FFEB9571A78E5B1C587B6A7109C9C9

2010년도에 발간된 이 '팩트북'은 2009년에 작성한 것이고 거기에 실린 여러 자료들은 각국의 가장 최신 통계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위의 자료 안에 담긴 그래프를 여기 직접 올려보겠다.



먼저 인구 십만명당 자살하는 사람수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이 자료는 각국마다 집계한 연도가 다르지만 2006년도 이후로 되어있다.

한국은 인구 십만명당 21.5명이 자살하였다. 그 다음이 헝가리 21명, 일본 19.1명, 핀란드 18명 순이다.
OECD에서 가장 자살율이 낮은 국가는 그리스 2.9명이고 그 다음이 멕시코 4.3명, 이탈리아 4.8명, 영국 6.1명, 스페인 6.3명 순이다. (여기까지 보면 낙천적인 성향의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자살율이 낮지 않냐는 느낌을 갖게 된다.)
OECD 평균은 11.1명이고 미국은 10.1명이다.


보라색 반점은 남성의 자살 수를 나타내고 동그라미는 여성의 자살 수를 나타내는데 모든 나라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의 자살율이 3배 이상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의 여성 자살 비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다. (이에 관해 아래에서 더 다룰 것이다.)


위 그래프는 OECD 국가들의 자살율 변천 양상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위 그래프에 나온 여섯 개 국가들은 특정 지역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는데 헝가리는 동유럽, 덴마크는 북유럽, 그리스는 남유럽, 일본은 동아시아다. 

OECD 국가에서 평균 자살율은 80년대 중반가지 조금씩 증가하다가 그 이후로 감소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80년대까지 증가한 원인은 동유럽권 국가들과 북유럽권 국가들의 높은 자살율이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의 자살율은 하강세를 그리고 있다. 최근에 들어 일본과 동아시아의 자살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살율이 높은 국가의 특징은 무엇일까? 경제적인 이유 때문일까?



위 표는 일인당 국민소득과 자살율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 수록 국민소득이 높고 표 아랫쪽에서 위쪽으로 갈 수록 자살율이 높다.
위 표를 보면 국민소득과 자살율 간에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과 비슷한 국민소득을 가진 그리스는 자살율 최저이며 한국보다 못사는 멕시코는 그 다음으로 자살율이 낮으며 헝가리와 체코 폴란드는 비슷한 소득이지만 자살율은 크게 다르다. 가장 잘사는 룩셈부르크는 평균치의 자살율 보이고 있다.

그러면 빈부 격차 때문일까?


..그렇지도 않다.
위 표는 역시 2010년 팩트북에 실린 자료다. 지니 계수는 낮을 수록 소득 분배 상황이 양호하다.
OECD에서 지니 계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다시 말해 분배 상황이 안좋은 나라는, 멕시코, 터키, 포르투갈, 미국, 폴란드 순이다. 터키는 자료가 없고 그 외 나라들의 자살율이 낮은 순위를 보면 각각 2위, 7위, 12위, 22위로 드러나고 있다 (28개국 중에서)
지니 계수가 가장 낮은 나라는 덴마크, 스웨덴,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체코다. 이 나라들의 자살율이 낮은 순위를 보면 11위, 18위, 15위, 21위, 19위로 나타나고 있어서 앞서의 5개국 평균보다도 오히려 안좋은 것을 알 수 있다. 분배 지수와 자살율 간의 관계도 소득 수준과의 관계처럼 역시 랜덤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무엇 때문인가? 행복도와 관련이 있을까?


위 표는 삶의 만족도와 자살율 간의 관계다.
여론 조사를 통해 각국 국민의 삶의 주관적 만족도를 측정했다. 표 오른쪽으로 갈 수록 삶에 긍정적인 나라들이고 왼쪽으로 갈 수록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여긴다. 위로 갈 수록 자살율이 높다. 놀랍게도 삶의 만족도와 자살율 간에도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불행하다고 여기는 슬로바키아 사람들의 자살율은 그저 평균이며, 삶의 만족도가 낮게 나타나는 포르투갈의 자살율은 평균이하다. 그에 반해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하는 핀란드는 자살율이 엄청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까지 글을 읽어 내려온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도대체 왜 자살을 하는 것인가?

OECD 자료는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멕시코도 과연 선진국인가 잘 모르겠고, 그리고 싱가폴, 홍콩, 대만이 없는 것도 그렇지만 아무튼) 나라들만의 통계자료다. 이것을 벗어나서 전세계 다른 나라들의 자살율은 어떤가 봐야만 보다 더 의미있는 추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세계 보건 기구 WHO에서 뽑은 자료를 보자.



세계에서 가장 자살율이 높은 나라는 구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이다(노란색 형광펜으로 칠한 나라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있으며, 그 외에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이할 점은 여성 자살율인데 한국, 일본, 홍콩, 중국 모두 여성 자살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럼 낮은 나라들은 어떤 나라들인가? 이슬람 국가들(노란색으로 칠해진; 터키, 바레인 포함)의 자살율은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외에 그리스 동방정교나 카톨릭 국가들의 자살율도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 외의 특징을 보자면 상당히 낮은 위도에 위치한 일사량이 많은 나라들이라는 점일 것이다.

아래 링크를 들어가면 국가들의 순위를 알 수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List_of_countries_by_suicide_rate

여기까지 보면 지리적인 요인과 종교 문화적인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보다 자살율과 보다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 소련 연방이나 동유럽의 자살율이 높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아시아의 자살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일이다.


위의 캡춰한 기사의 제목은 '(미국 내의) 아시안들의 높은 자살율'이다. 미국 안의 여러 인종 가운데서 아메리칸 인디언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자살율을 보이는 것은 아시안들이라는 것이다. 
어느 미국인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아시안들이 높은 자살율을 보이는 이유를 두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주위에서 받는 기대감에 대한 부담, 둘째는 주위에 동화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라는 것이다. 아시안들은 부모들, 친척들, 이웃들로부터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과 가정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열심히 일하고 높은 소득을 거두지만 그에 따라가기 위한 심리적인 압박감도 크다는 것이다. 둘째로 개인주의 성향의 백인들과 달리 동양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문화의 표준에 자신을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부담이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자살이라는 것은 주위 환경으로부터의 압박이 심한 반면 그것을 피할 통로가 없다고 느껴질 때, 저지르기 쉬운 것이다. 사회 환경과 문화가 개인에게 주는 압력이 크면 클 수록 자살율은 높게 나타난다.

독일에 두 지방에서 서로 다른 형법을 썼다고 한다. 한 지방은 매우 엄격한 형법을 사용했고 그렇지 않았던 지방에 비해 낮은 살인율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자살율은 높아졌다고 한다. 형법이 엄격해진다고 자살율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가 엄격하다고 여길때 그 가운데서 개인들은 질식하기 쉽다는 생각은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다.
아시아에서 여성들의 자살율이 높은 이유는 여성에게 주어진 사회적 부담감이 큰 대신 그것을 피할 수 있는 통로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서가 아닐까?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높은 자살율을 보이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입시 경쟁을 시작하는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군대라는 특수성도 큰 이유를 차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