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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와 의식

현대자동차가 망해도 싸다고? (한국에서 기업의 중요성)

한국에서 기업이 담당하는 세금의 역할은 OECD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세금 수입에서 법인세의 비중이 높고 개인 소득세의 비중이 적다. 한국의 국가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다다랐다. (2002년의 경우, 표 1을 확인하시라.)

표1)


개인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소비세


연금


기타


France

17.4

5.8

7.5

25.4

37.7

6.2

Germany

23.7

3.5

2.4

29.4

40.7

0.3

Japan

18.4

12.2

10.8

20.1

38.3

0.2

Korea

12.7

15.3

11.8

37.1

19.5

3.6

UK

28.7

7.9

12

32.8

18.2

0.4

US

35.2

7.8

12.2

18.1

26.8

Full-size table

Source: OECD Revenue Statistics (2004).

 

이는 주요 국가와의 비교에서 최고 수준이었으며 다음은 일본의 12.2%였다. 미국은 8%, 프랑스는 6%, 독일은 3.5%였다. 대신에 개인 소득세가 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다. 12.7%이다. 이는 영국의 28.7% 미국의 35.2%와 비교해서 절반도 되지 않는 비중이다.

(현재 OECD의 평균 개인 소득세의 비중은 25%, 기업 법인세 11%이다.)

개인 소득세율이 낮은 한국에서 국가 재정을 먹여 살린 것은 바로 기업이었다.

 

 참고자료)

*http://www.nationmaster.com/graph/tax_com_of_tax_cor_inc_tax-taxation-components-corporate-income-tax

(한국의 기업 법인세의 비중은 OECD 30개 나라 중 5위를 기록, 2002)

*http://www.nationmaster.com/graph/tax_com_of_tax_per_inc_tax-taxation-components-personal-income-tax

(한국의 개인 소득세의 비중은 OECD 30개 나라 중 28위를 기록, 2002)

 

기업이 맡는 사회적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고용 창출이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거기에다 세금까지 많이 내온 것이다. 기업이 한국에 공헌한 바는 결코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을 가끔 본다. 현대자동차의 고용창출효과가 얼마인지 안다면 현대가 망해도 한국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가벼운 가를 알게 될 것이다.

왜 미국에서 GM이나 크라이슬러에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했을까. 그것은 바로 고용과 실업 때문이었다. 생산성이 극도로 낮아졌음에도 함부로 공장을 닫게할 수 없었던 것은 고용 문제 때문이었다.

 

미국 CNN에서 재미있는 비교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미제 차와 외국산 차 중에서, 예로 포드의  차와 도요다의 차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미국 생산 비중이 높냐는 것이었다. 글로벌 시대에 공장의 국경은 없다. 미국 브랜드인 포드의 Fusion차는 멕시코에서 50% 조립되었고 도요다 캠리는 80%가 미국에서 조립되었다. 그래서 도요다 캠리의 미국 생산 비율이 더 높았다.

현대차는 어떨까? 현대차 중에서 소나타는 전부 미국 공장에서 조립된다. 미국에서 팔리는 소나타는 미국 차라고 불릴 수도 있다.

 

그러나 CNN의 분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비록 캠리가 미국에서 조립되고 포드가 멕시코에서 조립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안에서의 고용창출 효과는 포드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공장 인력만이 생산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인력, 지원 인력은 아무래도 자국 안의 본사에 더 많은 비중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인을 위한 최종 고용 창출 인원은 100% 미국 산인 일제차보다 100% 멕시코 산인 미제 차가 높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산업에만 적용되는 일이 아니다. 모든 나라의 기업에 적용되는 일이다. 아무리 기업이 글로벌되었다고 하더라도 많은 헤드쿼터는 자국에 위치하고 자국의 인재들을 활용하기 마련이다.

 

현대차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지적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현대차이지 도요다가 아니다. 현대가 망하면 한국도 기울고 우리 모두가 피해를 나누게 된다.

 

우리 나라는 모두가 알다시피 무역을 통해 성장한 나라다. 무역을 통해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내 시장이 너무나 작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역할이 클 수 밖에 없는 나라다. 중소기업은 좁은 내수 시장 안에서나 성장하기 마련이고 그 좁은 시장 안에서 간신히 규모가 커졌을 때서야 국제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런 나라에서 대기업 하나를 죽이면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금방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대기업 하나를 죽이면 다른 국내의 작은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외국 기업이 들어올 것이다. 기업이 미워도 함부로 미워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한국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세수의 비중은 고맙게도 얼마나 높은가? 한국에서 개인이 내야할 세금이 작았던 이유는 기업이 많은 세금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대만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기업의 일이 있었다. 그것은 삼성과 LG가 반도체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로 치킨 게임을 벌여서 규모가 작은 대만의 반도체 기업의 싹을 말려버린 일이다. 삼성은 어떻게 보더라도 지탄받을 만한 상당히 불공정한 게임을 벌였다. 국제적인 독과점 지배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덤핑 세일을 한 것이니까 말이다. 국제적으로 반독점법에 저촉되는 사항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과정이야 어떠했건 결과는 한국의 대기업의 승리였고 한국인 모두는 대만의 눈물 위에서 그 과실을 나누게 되었다. 이것이 규모의 경제의 위력이고 대기업의 힘이다.

 

대기업의 힘은 규모의 효과로 중소기업을 압도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더 중요한 점이 있다. 다른 대기업의 횡포에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점이다. 한국에서 현대나 삼성이 부리는 횡포에 중소기업이 억울하게 당하는 것처럼 현대나 삼성이 외국 기업에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대만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모두가 설움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외국 시장에서 당하기 싫다면 그들에게 밀리지 않는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 그럴 때 대만이 겪었던 수모와 비슷한 꼴을 모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삼성과 현대의 독점적 위치와 그로 인한 횡포를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실패를 기원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내수 시장은 큰 기업을 내수 만으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기에는 너무나 작다. 음반 시장이나 출판 시장만 작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수를 키우는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일단 인구 수를 떠나서 한국 사람들이 미국 사람만큼 구매력이 높지가 않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낮고 아직 미국만큼 잘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들 못사는데 말로만 내수를 키워낼 수 없다. 예를 들자면 지방 경제를 살리자면서 그게 쉽게 안되는 이유와도 같다. 지방에 잘 사는 사람이 적고, 시장이 작고, 유통되는 자본이 작은데 누가 같은 돈으로 지방에 투자하려고 할까? 지방에서 벌이는 사업의 기대이익이 서울보다 낮다면 누구나 사업처로 서울을 고를 것이다. 마찬가지다. 지구촌의 어느 기업이나 미국 시장에서 팔려고 한다. 가장 돈되는 시장이 미국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힘은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엄청난 시장 안에서 자라나기에 다양한 기업들이 금방금방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시장은 자원이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예전에 복받은 땅은 농사가 잘되는 땅이었고 그 이후에 복받은 땅은 지하자원이 많은 땅이었다면 지금 가장 복을 많이 갖는 땅은 소비자들이 우글거리는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바로 그런 땅이다. 자원의 보고다. 지하자원의 보고가 아니라 시장자원의 보고다. 그 가운데서 그야말로 순식간에 삼성이나 현대를 능가하는 기업들이 휙휙 나타난다. 최근에만 해도 구글, 페이스북, 페이팔 등 많은 IT 기업들이 순식간에 엄청나게 자라났고 산업과 문화의 표준을 바꾸고 있다. 한국의 척박한 땅에서만 씨를 뿌리고 기다리고 있기엔 시간이 없다. 어쩌면 마찬가지로 지방의 척박한 땅에도 씨를 좀 나눠 뿌려달라고 사업체에 요구할 수 없는 이유일 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차피 내수로는 돈이 안되는 나라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