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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와 의식

한국은 얼마나 불평등한 나라인가? (불평등을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부의 불평등을 계산하는 하나의 척도인 지니 계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지니계수를 계산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상위 %의 소득을 똑같은 하위 %의 소득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그보다는 약간 더 복잡한 공식을 통해 계산되지만). 지니 계수가 높다는 것은 상위와 하위의 소득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지니 계수가 높다는 것 하나만 보고 부의 분배가 불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지니 계수가 높아지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위 소득이 급상승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하위 소득이 붕괴하는 경우이다. 하위 소득이 붕괴하는 경우는 빈곤층의 증가가 뒤따르고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위 소득이 안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상위 소득이 급상승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를 알기 쉬운 예를 갖고 생각해보자. 프로 야구 선수들이 다같이 천만원씩 받는다고 하자. 완전 평등하게 분배가 이루어지므로 이 집단 안에서 지니계수는 0이다. 그런데 선동렬 선수와 같은 스타가 나타나서 다른 선수와 달리 1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지니계수는 급상승하게 된다. 이와 같이 지니계수의 상승은 부의 불평등이 빚는 현상일 수도 있지만 소수 고액 연봉자들의 출현이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위 계층에 불평등하게 소득이 분배되는 결과로 빚어질 수도 있지만 상위 소득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일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 결과로 봐야할까?

 

한국의 지니 지수는 2006 0.31정도로 OECD 평균 정도로 지니계수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같은 시기에 주요 국가들 중에서 일본을 제외하고는 제일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대만이 0.33, 싱가폴이 0.42, 미국이 0.4, 독일이 0.38, 영국이 0.38, 프랑스가 0.327인 것에 비교하자면 말이다.

http://koreaweb.ws/pipermail/koreanstudies_koreaweb.ws/2006-August/005836.html

 

그러나 우리의 지니계수는 아이엠에프 이후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기에 이런 추세를 문제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 계층 간의 소득 분배 격차는 부의 불평등이 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지니 계수가 상승한 내용을 분석해 보자. 한국에 빈곤층이 늘어서가 아니라 한국에 고소득자들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IMF이후 직장 문화는 대폭 변화하였다. 연공 서열보다 능력을 따지는 자유주의의 바람으로 억대 연봉 또는 수십억대의 연봉을 받는 이들이 대거 늘었다. 이 것은 곧바로 지니계수의 상승으로 연결된다. 자산 소득도 대폭 증가하였다. 아이엠에프 이후,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이 있었다. 그리고 시중에 유동하는 돈이 대폭 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엠에프 이후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도 영미식의 자본 위주 조달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그 이전에는 은행의 대출에 주로 의존하는 형태였다면 그 이후에는 증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었다. 이는 금융이 사업을 좌우하는 시절이 지나고 증권이 파이낸스의 주류를 이루는 시절이 왔음을 말하게 된다. 증권은 은행보다 리스크가 크지만 기대소득도 커진다. 저축하고 대출하는 은행의 시대가 가고, 낮은 금리의 은행으로부터 높은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과 부동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되었다.

 

결과는 부동산 가격의 폭발과 부동산 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말해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주식 시장의 급팽창으로 이어졌다. 근로 소득의 시기가 지나면 자산 소득이 개인 소득의 중요한 원천이 시기가 온다. 21세기에 자산 소득의 몫은 증가하게 되었고 이것은 다시 말해 한국에 고소득자들이 대거 증가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적정 실질 가치 상승의 수준을 넘어서서 과도하게 올랐다. 그로 인해 자산 소득의 증가보다 자산 가격의 급상승이 더 두드러지고 이로 인해 한국인의 평균 실질 가처분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부르게 되었다. 이것이 부의 불평등을 이야기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의 분배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 버블의 부작용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정부 지배에서 막 벗어나는 보수적인 은행 중심에서 증권과 펀드 위주로 적극적으로 변신한 기업 파이낸스의 변화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자산 소득의 급상승은 부동산과 증권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는 사람들을 대폭 늘렸다.

그리고 이는 지니계수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통해 단순히 지니계수의 변화만 가지고서 부의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지니계수는 존재해야 능력에 따라 수입을 보장하는 자본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지니계수 0은 이론상 완전 공산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무조건 평등이 다른 가치들에 우선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소득 격차는 인정해야 할 일이다.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분배 격차를 최소화하는 일에만 집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아까 전의 예를 들자면 임금 격차를 없애기 위해 완전 동일 임금제 도입과 선동렬 선수를 해고하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선동렬 선수를 해고한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이득이 될까? 그렇지 않다. 스타 선수의 출현은 프로야구에 보다 많은 팬들을 불러모을 수 있다. 그러면 시장이 커지게 되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여러 부가적인 이득이 발생하게 된다. 구단의 자산 규모가 커진다면 그 이전의 고물 버스로 이동하는 일에서 고급 버스로 이동하는 일도 더 저렴한 일인당 비용으로 가능해진다. 이는 규모의 경제학을 설명하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다.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다른 선수들의 연봉 인상도 기대할 수 있다. 플레이의 부가가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진만큼 주목도 더 많이 받게 부가적인 산업들이 늘어나게 된다. 광고 수입이 증가할 수도 있다. 물론 은퇴 후의 진로도 넓어지게 된다. 이 모든 시장의 확대는 고만고만한 선수들 열명이 아닌 한명의 스타플레이어로 인해 가능해 지는 일이라면 소득격차에 따른 불만으로 선동렬 선수를 해고하는 일은 다른 모든 이들에게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일까. 한명의 스타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를 가져다 준다. 그렇기에 모두가 스타가 출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스타가 출현하려면 그 스타에게 그만한 대접을 해줄 때서야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시장 논리다. 마이클 조던이 없었다면 NBA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그런 마이클 조던에게 몇천만달러의 연봉을 준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이 불만을 가질 일일까? 그들은 또다른 MJ를 그리워하리라고 확신한다.

부자를 억눌러서 기계적으로 평등을 유지하려는 것은 스타선수의 출현을 막는 것과도 같다. 이는 결국 모두에게 마이너스의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