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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와 의식

한국 경제와 사회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 1 (통계로 비교해 보는 한국)

우리 나라 경제와 사회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OECD에 가입한 이후 우리는 주로 OECD와 우리를 지표상으로 비교하곤 한다. 그 이유는 OECD의 통계와 지표가 빠르고 다양한데다가 공신력도 높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즐겨 사용해서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OECD는 역사가 오래된 유럽 국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정확한 비교대상으로 삼기에는 조금 편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의 주 비교대상은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라는 대만, 홍콩, 싱가폴이었다. 그리고 요사이 미국형 모델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롤모델로 주로 제시하는 나라는 북유럽 나라들이다.

한국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쯤인가 알기 위해서 위에 열거된 모든 나라들과 통계적으로 비교해볼필요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 다른 세마리의 용과 유럽의 복지 국가들 그리고 미국, 중국, 일본의 통계 수치와 우리 나라의 통계 수치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모든 자료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만든 ‘Pocket World in Figures 2010에서 뽑았다. 모든 거시 통계 수치는 조사기관이나 발표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이코노미스트지의 거시 경제 전망 수치는 비관적인 편이다. 다시 말해 다른 기관들보다 성장율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기 적힌 이코노미스트지의 사회 경제 수치들은 대표적인 사회 경제 통계 발표기관들인 블룸버그, 헤리티지, IMF, ILO, OECD, S&P, UN, WTO, World Bank 등의 수치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http://www.nationmaster.com/country

http://www.economywatch.com/world_economy/south-korea/

 

각국의 경제 상황과 특징을 단순한 통계 차원을 넘어 보다 깊이 알고 싶다면 구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위에 있는 두 링크는 각국의 경제 특징을 간략하지만 핵심을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인구

48,1

310

1331

128

23

7.2

4.4

9.1

7.3

4.7

면적

100

9373

9561

378

36

1

0.6

450

41

324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나라와 비교할 9개의 나라를 자의적으로 뽑아 보았다. 우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있는 거대 경제 국가인 미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사회 구조를 가졌고, 성장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동아시아의 대만, 홍콩, 싱가폴, 그리고 북유럽의 스웨덴과 노르웨이, 그리고 알짜배기 국가인 스위스를 뽑았다. 영국, 독일, 프랑스와 브라질같은 나라들도 함께 비교하면 좋겠지만 시간과 지면 관계상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아시아의 성장 중심 모델인 대만, 홍콩, 싱가폴과 안정된 산업 구조와 사회 구조를 대표하는 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보면 경제에 관련된 이념 논쟁의 이해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여기서 영불독과 같은 나라들보다 그들을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부터의 통계를 보면 사회와 경제에 관하여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알게되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먼저 나라의 면적과 인구를 보자. 이것은 경제 구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일 것이다. 한국의 인구는 일본의 1/3이고 대만은 우리의 1/2이다. 홍콩은 대만의 1/3이고 싱가폴은 홍콩의 대략 1/2이다.

인터넷에 보면 가끔 어떤 이들은 홍콩이나 싱가폴은 작은 나라니까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북유럽의 국가들은 부러워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잘못된 이해다. 홍콩과 싱가폴과 북유럽의 국가들의 인구 수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홍콩은 우리와 모델이 다른 작은 나라고 북유럽은 우리가 모델로 할 수 있는 큰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다.

스웨덴의 인구는 우리의 1/5이고 홍콩과 스위스는 우리의 1/7이다. 핀란드는 우리의 1/9, 싱가폴과 노르웨이는 대략 우리의 1/10이다. 홍콩이나 스웨덴이나 인구가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구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지도 상에 나타난 영토의 크기 때문이다. 두 나라 간의 국토 면적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스웨덴은 홍콩 면적의 450배이며 한국의 4.5배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적은 인구에 많은 영토, 이것이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특징이다. 또한 그들은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들이 누릴 수 없는 자원의 부국이다. 그들은 적은 인구로 거대한 지하자원과 삼림자원을 나누는 천혜의 요건을 누리고 있다. 스웨덴은 철광석의 보고이며 아연과 납의 생산량이 세계 10위 안에 든다. 노르웨이는 석유 생산량이 세계 13위 안에 들고 천연가스는 5, 알루미늄은 7위 안에 든다. 두 나라 모두 목재 생산량이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나라들은 영토에서 거저먹고 들어가는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태어나기를 (교육수준 높으면서도) 잘 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축복받은 애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나라는 다른 나라가 쉽게 모방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매력적으로 여기는 스위스의 경우는 위 두나라와 달라서 관광 자원 이외에 달리 특별한 부존자원의 혜택은 없다. 알프스에서 비롯된 수력 발전의 사용량이 높은 편이라는 점 빼고는 말이다. 스위스는 청정 에너지 10대 국가 안에 드는 나라다.

 

나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1인당 GDP

20,010

(43)

45,590

(13)

2,430

34,310

(28)

16,740

(49)

29,910

(32)

35,160

(27)

49,660

(10)

56,210

(9)

82,480

(3)

PPP%

54.4

(41)

100

(10)

11.8

73.8

(30)

75.4

(28)

92.8

(15)

109.2

(8)

80.5

(19)

89.2

(16)

117.2

(4)

빅맥지수(2009.1)

-32

0

-48

-9

-37

-52

-26

29

58

63

뉴욕대비도시생활비%

(2009.2)

78

100

91

152

80

110

112

90

115

123

 

다음으로 국민의 소득 수준을 비교해 보자. 앞으로의 모든 통계는 특별한 설명이 없는 한 모두 2007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일인당 GDP 2만불로서 세계 43위의 수준이었다. 이는 미국의 절반이 안되는 수치이고 일본의 절반보다는 높은 수치다. 싱가폴의 국민소득은 일본을 어느 사이에 일본을 뛰어 넘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공업국가는 더이상 일본이 아니다. 그리고 홍콩은 머지 않아 일본을 뛰어 넘을 것이다.

노르웨이의 국민소득은 자그마치 8만불이 넘는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잘 사는 나라인데 룩셈부르크가 십만 달러로 2007년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고, 버뮤다 삼각지대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버뮤다가 의외의 2위다.

 

PPP는 구매력을 평가하는 수치다. 실질적인 소득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수치다. PPP는 물가 수준과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 돈 1달러로 미국에서 살 수 있는 것과 다른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것의 차이를 감안해서 그 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을 PPP로 계산해 놓았다. 미국을 100%라고 할 때, 한국인은 미국인의 54.4% 수준의 구매력을 갖는다.

PPP로 계산하면 미국의 생활 수준은 13위에서 10위로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홍콩은 32위에서 15위로, 싱가폴은 27위에서 8위로, 대만은 49위에서 28위로 올라간다. 이와 반대로 일본과 유럽 국가들은 추락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는 이유는 유럽과 일본의 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율이 상대적으로 강한 이유도 존재한다.

 

빅맥지수를 보면 실질적인 환율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미국에서 3.5달라에 사는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를 다른 나라에서는 얼마에 살 수 있냐는 것이 빅맥지수다. 한국에서는 미국보다 32%싸게 살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미국보다 63% 비싸게 사야 한다. 이것은 한국의 화폐가치가 32% 저평가되었고 노르웨이의 화폐가치가 63% 고평가 되었다는 암시를 준다.

그러나 빅맥지수를 완벽하게 맞다고 신뢰할 수는 없다. 각 나라별로 고기의 가격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물가 요인이 감안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빅맥의 원가가 낮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은 낮게 평가되어서 국력이 통계상으로 저평가 받고 있고, 유럽의 국가들은 환율이 높게 평가되어 통계상으로 고평가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유럽의 환율이 높은 이유는 미국보다 높은 물가나 이자율과 상관이 있으며, 아시아의 환율이 낮은 이유는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와 상관이 있다. 뉴욕대비 도시 생활비는 크게 참조할 것은 못된다고 생각되나 그대로 옮겨보았다.

 

아무튼 PPP의 결과를 보면 아시아의 작은 용들의 삶의 수준이 북유럽의 국가들보다 결코 낮지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싱가폴의 PPP는 이미 스웨덴과 스위스를 뛰어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스웨덴이나 스위스는 이야기하면서 홍콩과 싱가폴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동아시아의 작은 용들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우리보다 앞으로 먼저 나가고 있는 모델인데 말이다. 싱가폴은 우습게 보면서 북유럽은 부러워하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알게 모르게 서양 백인 문화 선망’, ‘탈아입구의 선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런 선망보다 복지에 대한 기대감에서 북유럽을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성장율은 낮아도 복지가 좋다는. 그러나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금 당장의 분배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높은 성장율이 미래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득 수준을 더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싱가폴의 사례처럼 말이다.

 

또한 북유럽 국가들의 부의 분배에 대해서도 일부 사람들은 너무 과장된 환상을 가진 듯 하다. 확실히 북유럽 3국의 지니 계수는 2000년 당시 25정도로 세계에서 제일 양호한 수준이다 (지니 계수는 0부터 100까지 인데 낮을 수록 부가 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종종 묵과한다 (사실 일본이 24로 약간 더 양호하다). 이는 부의 분배가 잘되는 나라를 알아보려고 굳이 먼 유럽에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일본을 보아도 충분히 비교하고 체감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은 그당시 31이었다. 이것도 역시 양호한 수준이었다. 프랑스 32.7, 이태리 36, 영국 36, 미국 40, 싱가폴 42.5, 중국 46.9에 비하면 말이다. 한국의 지니계수가 북유럽이나 일본보다 높은 이유는 상위 계층의 독식보다는 최저계층의 빈곤의 깊이가 조금 더한데서 비롯된다.

 

 

한국

일본

미국

중국

홍콩

싱가폴

프랑스

영국

독일

상위 10%의 부

22.5%

21.7%

29.9

34.9

34.9

32.8

25.1

28.5

22.1

상위 20%까지의 부

37.5%

35.7%

45.8

51.9

50.9

49

36.7

44

36.9

하위 10%의 부

2.9%

4.8%

1.9

1.6

2.0

1.9

2.8

2.1

3.2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보츠와나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주엘라

 

 

상위 10%의 부

22.2

22.6

25.9

51

44.9

45

35.2

 

 

상위 20%까지의 부

36.6

36.7

41.3

65.1

60.8

60.9

52.1

 

 

하위 10%의 부

3.6

4.0

2.9

1.2

0.9

0.8

0.7

 

 

(출처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 ‘08)

 

2000년 기준의 위 표에서 지니계수가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일본, 독일, 스웨덴, 핀란드 밖에 없다. 이 나라들과 우리를 비교해 보면 상위 10% 계층의 부에서는 우리와 거의 차이가 없다. 핀란드는 우리보다 살짝 높기까지 하다. 상위 20%까지의 계층에서의 부는 약간 차이가 더 나지만 역시 미세하다. 그런데 하위에서는 우리보다 일본이나 스칸디나비아가 확실히 낫다(특히 일본). 북유럽은 부의 분배가 잘되는 나라다. 그런데 그 의미는 상위계층의 부의 독점이 우리보다 덜하다기 보다 최저 생활계층의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나라와 비교해 보아도, 우리는 부의 분배가 평등하게 이루어지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북유럽에 비해 아주 꿇리는 수준이 아니다. 복지가 잘되어 있다는 유럽의 대다수 국가보다도 양호한 수준이다. 우리는 유럽의 복지에 대해, 가서 살아보지도 않고 너무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부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