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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는 한국

한국인의 안좋은 버릇 - 남을 깔보는 것


제가 외국에서 많은 부류의 인종들과 부딪히면서 살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 한국 사람들에 대한 편견같은 것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오기 전 30년동안 한국에서 살았을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만 지낼 때는 어떤 특징이랄까 하는 것을 몰랐던 이유는, 사람들은 다 생각이 서로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다 통용되는 보편적인 것이리라 저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나라 사람 흉좀 보겠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단점은 사람을 깔보는 버릇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서는 이 점이 상당히 두드러집니다. 
이 깔본다는 것이 뭔 이야기냐고 하면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남을 깔본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깔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상대를 그에 맞추어 당연히 낮추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낮추어 본다는 것이 막말로 깔보는 것입니다.

자기보다 어리다고 상대를 낮추어 생각하고 상대의 의견이나 인격을 깔봅니다.
직책이 낮다고, 짬밥이 부족하다고 깔봅니다. 
나이와 서열을 떠나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상대를 깔보기를 잘합니다. 
우리가 흔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학벌 문제도 그렇고 재산과 외모로도 깔보고 그렇습니다.
선생이라고 학생을 낮춰보고, 어른이라고 애들을 낮추어 보고 그렇습니다.

사람들을 대할 때 의식 중에 혹은 무의식 중에 그 사람의 서열을 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보다 높냐 낮냐를 가리는 것 같습니다. 외모로건, 재산으로건, 직업으로건 아니면 나이로라도 말이죠.

외국인들을 대할 때도 백인들은 선망하면서 다른 유색인종들은 깔봅니다. 

제가 여기서 공부할 때, 나이지리아 학생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학교 안에서 유학생들 국가별로 축구 대회가 있었는데, 제가 한국인 학생회에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를 주선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하면 축구로 유명한 나라잖아요.
그런데 학생회장이 거부했죠. "에이 나이지리아 사람들과 축구해서 뭐 얻는 것이 있겠어요?"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보여준 것이죠. 같이 어울려봐야 인생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축구하면서도 인생을 걱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태국 학생들하고 해서 지면 쪽팔리다고 그러고.. 근데 왜 쪽팔리죠? 국가대표가 이긴다고 동네축구까지 다 이긴다는 보장은 없는 거잖습니까? 브라질 동네 축구하고 시합하면 져도 당연한 것이고 베트남 동네 축구하면 반드시 이기고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편견같은 것이 있습니다. 개인마다 생각의 열린정도에 따라 편견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죠.
우리 한국 사람들의 편견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강렬한 데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서열매기기, 등급매기기' 기술이 시전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낮다고 여긴다면 깔보는 태도가 작열하는 것입니다.

이런 남을 깔보는 버릇이 나온 것은 우리 사회 문화가 오랫동안 서열문화를 유지해 온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교의 여러가지 봉건주의적 전통은 나이나 성별, 계급에 따른 예의를 엄격하게 유지해 왔죠
사농공상이라 하면서 선비를 우대하는 전통은 아직도 우리 의식 속에 문벌주의를 간직하게 만들었습니다. 말마따나 쥐뿔도 못버는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돈잘버는 상인보다 더 높게 치는 등의 신분귀천의식이 있죠. 그 결과 현재의 입시과열, 교육 과열 풍토가 계속 유지되는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 한국 사람들이 교육열이 높아서 그런다고 생각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이런 과열이 학벌이 신분을 좌지우지한다는 전통적 사고관에 기초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위아래를 가르고 윗사람은 반말하고 막말해도 당연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당연히 모시고 따라야 예의가 있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사라지지 않는한 특유의 깔보기 문화는 사라질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은 백인들, 혹은 일본인들은 많은 한국인들이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중국인, 멕시칸, 흑인들이나 다른 유색인종들은 한국인들이 거칠고 무례하다고 생각합니다.

왜죠?
우리는 우리보다 잘사는 사람들은 윗사람들 대접하듯이 하면서 못사는 사람들은 아랫사람 대하듯이 하대하는 버릇이 나와서 입니다.



저는 여기서 그저 인종주의를 거론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서열문화, 그에서 파생되는 사람 사이에 차별을 두는 문화는 우리 한국 사회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교 의식, 계급 의식을 갖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도 학벌이 있습니다만 한국처럼 피해의식을 갖지는 않습니다. 학벌 프리미엄을 부러워하지만 그렇다고 비참해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여기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위아래를 구분지어 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대학 졸업생보다 초봉이 평균 삼분의 일이 적습니다. 대학원생들은 대학 졸업생보다 훨씬 더 잘벌고요. 그렇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주로 히스패닉이나 흑인들입니다만. 경제적으로는 분명 더 못살게됩니다. 그러나 그래도 느긋하게 살아갑니다. 만약에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게 된다면 매우 큰 불만을 가질 것입니다. 나를 깔보면서 대하는 이들의 시선들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에 말이죠.


우리 나라에서는 돈 때문이 아니라 남한테 무시 당하기 싫어서 기를 쓰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돈은 적게 벌어도 남한테 무시받을 일이 없으니까 대학가려고 애써 기를 쓰고 공부하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