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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는 한국

남들을 따라해야만 불안하지 않은 한국 사람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우리 동요에도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남들 따라하기가 극성이다라할 한국..
유난히 유행에 민감한 나라. 국민 배우, 국민 영화, 국민 여동생, 국민 선수 등 '국민적'이란 표현이 즐겨 사용되는 일체감 강한 나라.  
그 가운데 나보다 앞서는 남이란 존재를 많이 의식하고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데 예민한 나라. 난 지금 남들을 잘 따라가고 있는가 불안증, 강박증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 나라 문화가 다른 문화에 비해 유난히 집단 귀속감이 강하고 서로에 대한 동질감과 일체감을 강조하는 것임은 제가 이 블로그를 통해 누차 밝혔던 바입니다.
서로에 대한 연대를 강조하는 이러한 특징은 하나의 잣대를 통해 빼도박도 못하는 서열화로 강화되어져 왔으니 그것은 바로 나이 서열 문화입니다. 한 살 차이에도 형이라 부르고 아우라 부르는 서열애, 윗 사람의 말에 절대복종에 가깝게 공손히 따르는 존대 문화는 일사불란한 조직을 만드는 강점이 있으나 소통의 방향이 위에서 아래로 거의 일방적으로 흐르는 윗사람 지향적 소통 문화를 낳고 개인적 의견을 파묻히게 만드는 단점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나이에 의거한 서열문화는 개개인에게 치명적인 부담을 주니 그것은 낙오에의 부담입니다. 한번 흐름에서 밀려나면 다시 되돌아가기가 어렵습니다. 한번 대열에서 이탈하면 그 댓가가 큽니다.
동기생들이 나아갈 때 따라가지 못하고 잠시만 뒤쳐지더라도 다시 도약하지 못하고 대개 그대로 주저앉고 맙니다. 나이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남들 다 할 때 따라하지 못하면 안됩니다. 뒤늦은 나이에 새출발하려 하면 우리 사회는 냉랭한 시선을 보냅니다. 나이 때문입니다. 형 나이 뻘인데 동생의 자리에 서는 것을 나이 서열에 기반한 조직 문화를 해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나이 먹었는데 그 나이에 걸맞는 위치에 있지 않은 자에게 이 사회는 냉정합니다.

예전에 KAIST 학장이었던 러스킨은 한국 사회에는 패자부활전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왜 한국 사회에 패자부활전이 없는지 그가 제대로 통찰했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패자부활전이 없는 이유가 바로 나이 서열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윗 사람이 나보다 어리거나 아랫 사람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나이 많은 이의 재도전과 새출발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제 때 진로를 잡지 못하면 조직 사회에 편입하지 못하고 한 번 편입하지 못하면 다시 기회를 얻지 못하고 낙오하고 맙니다.

한번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해서 일어날 기회가 있는 사회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실패가 치명적인 낙오로 이어지는 사회에서는 주류를 벗어나는 무모한 도전보다는 위험을 회피하고 주류에 머무는 안정적인 선택을 따르기 쉽습니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이 사회에서는 언제나 현실에의 안주가 판을 치게 됩니다.

우리는 한번 대열에서 이탈하면 크게 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남들 하는 것만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을 제대로 따라가기도 벅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가지 못하면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좌절합니다.
동기생들이 대학가면 나도 어떻게든 가야 불안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연애하는데 나만 하지 않으면 혼자라는 외로움보다 남들보다 뒤쳐지고 있다는 초조함에 괴로와 합니다. 남들이 취직할 때 같이 취직하지 못하면 그들과 같이 서기란 영영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나이에 예민한 사회입니다. 남들이 다 결혼하고 있을 때 홀로 싱글이면 주위의 걱정이 쏟아집니다. 더 늦으면 영원히 결혼 못하지 않겠냐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냅니다. 동기생들이 집을 사면 나도 사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도 합니다.
우리는 항상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걷고자 합니다. 앞서 가면서 튀지도 말것이지만 뒤쳐지면서 대열에서 낙오해서도 안됩니다. 앞설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그저 나란히 걷는 것이 최고입니다.  
대학가고 취업하고 결혼하는 한국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은 그것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선택이었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보다는 이 사회에서 이른바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요? 남들이 다 대학가니까 취업하니까 결혼하니까 나도 따라가는 것입니다. 왜냐면 제 때 따라가지 못하면 나중에 선택할 수 있기 보다 그대로 낙오할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곧 기준이 되고 질서가 되는 문화를 바꾸지 못한다면 나이 먹은 사람의 새출발을 기대할 수 없고 재도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번 들어선 길은 나이가 지나선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인생의 2회전, 재도전이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꿈일 따름입니다. 조직에서 한번 탈락하면 가혹한 세파에 쓸쓸히 저물어 갈 뿐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항상 두려워하고 있고 그래서 더 조직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보다 더 충성심을 보이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