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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는 한국

한국에는 곳곳에 거울이 많다

제가 현재 미국에 있으니 미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뭐 외국 생활 좀 한다고 유세떠는 것은 아니냐고 흘겨 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인지라
의식적으로든 아니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의식적으로든
차츰 차츰
어디서든 그 곳에서 적응하고 살기 위해 필요한 생각들만을 머리에 남기게 되죠.
그러다보면 한국에서 생각했었던 여러 문제의식들이나 발상들이 많이 지워지기도 하죠.
그렇다보니 글을 쓰려 해도 뭐 그런 쪽으로 치우게 될 수 밖에 없겠죠.
다른 곳에 가면 또 다른 곳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그런데 사실 정말하고 싶었던 말은 미국에 대한 묘사나 미국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에서 깨닫게 된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의 장단점들 말이죠. 
한국에서만 살다보니 인간이 사는 데라면 세계 어디에서나 당연히 존재할 것만 같았던 여러 것들이 우리들만의 특유한 것들임을 알게 되고
그 안에는 좋은 면도 있고 고치면 더 좋을 면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들.. 정말 얘기하고 싶었습니다만 겁이 많이 났습니다.
조금만 우리에 대해 부정적인 묘사를 할라치면 
'사대주의 아니냐. 우리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며 핏줄을 세우는 분들이 계실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맨날 귀에 좋은 얘기만 듣고 어떤 반성을, 어떤 발전을 기대하겠습니까?
그렇기에...


말이란 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오해와 불신만을 두려워 하여 '침묵의 금이다'라는 격언만 따르면서
의견 개진을 막고 의사 소통의 부재를 불러서는 안되겠죠.


오늘 할려는 얘기는 좋은 얘기도 아니고 나쁜 얘기도 아닙니다.
어 이런 면도 있구나 하는 얘기죠.

제가 '겨우' 이년 만에 한국에 들렀을 때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이 뭐였나면..

한국에는 거울이 참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거울, 지하철역안에도 거울, 식당에도 거울...
어딜 가나 거울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에는 거울을 보기가 힘들죠. 제가 갔던 많은 식당 중에 거울 있는 식당은 딱 한군데만 기억에 나네요. 골든윙스라는 동네치킨 가게 하나만요.
거울은 어느 건물을 가던 화장실 안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거울은 옷파는 가게, 신발가게에서만 보았죠. 헬스크럽에도 있군요.
엘리베이터 안에도 거울 없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백인과 제 얼굴을 비교하게 되었던 기억은 사진 밖에 없더군요.
아니면 화장실.



갑자기 깨달은 이 발견이 참 신기했고 이런 차이가 나오는 이유도 궁금했죠.

제 생각엔 미국은 다인종사회고 다양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살기에 거울을 통해 드러나는 서로의 정체성에 붙잡히지 않기 하려 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우리나라처럼 어딜 가나 거울을 접해야하는 환경이라면 낯선 사람들과 같이 서있는 자신의 외모를 끊임없이 확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속에서 확연히 두드러지는 인종별 외모를 자꾸 들여다 보면 서로 간의 거리감이 더 생기게 되지 않을까 싶고 그런 이유에서 거울을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역 같은 곳에 안다는 것이 아닌가 하네요.

많은 거울들의 존재를 알게 되니까 
한국이 외모 지상주의에 많이 젖었다는 사실을 피부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곁가지로 말하는 것이지만 미국에선 원서에 사진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요구 자체가 불법입니다.
아무튼 다른 점보다 거울이 많다는 점이 우리의 외모 지상주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거울이란 존재는 자꾸만 남들과 비교하게 만드니까요.

엘리베이터를 타면 남을 외면한채 자기 얼굴만 들여다 보게 되는 우리 나라..


제 글을 보고 뭐 이런 점도 있구나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