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감정이 좋지 않은 숙적 일본을 상대로 패해서 인지 일부 국민들은 기분이 상했나 봅니다.
양국 간의 실력차가 엄연함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해 주지는 못할 망정 몇몇 실수를 범한 선수에게 패배의 원인을 전가하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프로 선수가 대표팀으로서 뛴다는 것은 본인으로서는 많은 희생을 무릅쓰고 하는 일입니다.
대표팀에 참가함으로써 받아야 하는 불이익을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한참 훈련중인 소속팀에서 이탈하여 충분한 훈련을 받을 수 없습니다. 주전 선수들은 그나마 낫습니다.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시합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합이 아니라 체력을 소진하는 시합을 펼쳐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됩니다. 후보 선수들은 사정이 더 심합니다. 남들은 스프링캠프에서 여러 연습경기를 하고 있는데 그들은 경기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감각을 잃어야 하는 불이익을 겪어야 합니다.
지터도 그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대표팀에서 3주간의 기간 동안 본인의 포지션인 유격수로서 게임을 롤린스와 나누어야 했고 타석에 불과 29차례 밖에 들어서지 못했고 그로인해 훈련과 경기 공백이 발생하며 그것은 양키즈라는 팀에게는 큰 손실이라는 것이 미국인들의 생각입니다.
둘째, 아직 풀리지 않은 몸을 가지고 뛰어야 하므로 부상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칫 잘못 무리하면 한 시즌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선수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입니다.
프로선수들에게 한 시즌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요. 그들도 우리 평범한 시민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소중한 직장과 같은 것입니다. 그들은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 스타들입니다. 자칫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그들이 겪어야 할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 손실은 누가 보상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부상당한 선수들이 스스로 감수해야되는 몫입니다.
대표팀에서 얻게되는 보상이 얼마나 충분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그다지 큰 메리트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저 조국을 위해 뛴다는 사명감으로 사적인 이해를 버리고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자부심과 즐거움을 위해 야구의 부흥을 위해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희생하려는 각오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병역면제와 같은 중요한 동기가 없었던 이 번 대표팀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리고 정말 사력을 다해 뛰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설렁설렁 경기장을 산책하는 플레이를 하는 동안 우리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플레이를 했죠.
자 아래 두 장의 사진을 보여 드립니다. 이 번 대회가 끝나고 이제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는 두 선수의 모습입니다.
위에 선수는 우리의 마무리 임창용 선수입니다.
아래 선수는 미국의 유격수였던 데릭 지터입니다.
데릭지터는 일본 전에서 결정적인 에러를 범함으로써 미국의 대패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임창용은 볼 한개를 빼지 않아서 결승전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당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게임이 끝나도 양키즈로 컴백한 지터는 구단과 팬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습니다.
아무도 질책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수고했다며 격려를 받습니다.
윗 사진은 3월 24일자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실린 사진입니다.
그 기사의 제목은 "Jeter Is Happy to Be Back at Work With
Yankees(양키즈로 돌아와 행복한 지터)" 입니다.
이와 참 대조적으로 결승전에서 47개의 공을 힘들게 던지고 내려온 임창용 선수는 경기 후에 언론과 국민의 표적이 됩니다.
왜 볼 하나를 빼지 않았냐 며 말입니다.
그들은 마무리 투수가 3월에 2이닝 동안 전력투구로 47개의 공을 던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스프링 캠프에서 이제 겨우 실전투구에 들어가야 할 때였습니다. 그러한 시기에 그는 몸이 부서져라 던진 것입니다. 왜 박찬호 선수나 이 승엽 선수가 눈물을 머금고 참여하지 못했는 지 생각해 보십시요. 그런데 임창용 선수는 그동안의 자기 희생과 노력은 칭찬받지 못하고 단 하나의 실수에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힘들어 해야 합니다.
우리 선수들 정말 열심히 한 것이고 정말 애국심이라는 명목 아래 자기 희생을 감수한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희생을 강요당한 사람들입니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은 승패보다 야구라는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고 우리나라는 야구라는 게임보다는 승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 차이점을 분명하게 느끼게 해준 것이 이번 WBC가 아니었나 합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국가 대표팀 경기에 거의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대표팀에 참가한 선수들을 팀의 전력 손실이라며 우려하는 팬들이 오히려 더 많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대표팀에 참여했던 선수들을 애국자라며 치켜 세웁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는 평소 국내 프로야구 경기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사람들도 국가대표경기라는 사실 하나로 이 번 경기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을 생각해 봅니다. 국가 대항전이 끝났으니 야구에 다시금 관심을 끄게 될 지도 모르죠.
이제 우리도 좀 여유를 가지고 스포츠를 스포츠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게임에 졌다고 나라가 진 것이 아니고 게임에 이겼다고 상대 국민보다 우수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스포츠는 전쟁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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