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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는 한국

지나치게 선정적인 한국 언론사들

인터넷 게시판에 보면 조회수가 높은 글들은 대개 선정적인 내용입니다. 성에 관련되거나 자극적인 내용의 글들이 많습니다.
음식으로 따지자면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요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런 글들이 높은 조회수를 차지하고 시선을 끄는 것은 진지함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상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글들에 접하게 될 수록 사람들의 심성은 차분함을 잃어버리고 급해지기 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넷 게시판이야 성격상 익명의 자유, 그리고 스트리킹과 관음증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만인의 해방구니까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자세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익명의 인터넷 게시판이 아니라 공신력을 가진 국내 유수 언론들의 모습이 말초적인 보도를 하고 선정성에 휘둘리는 모습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국내에서 벗어나 외국에서 바라보게 되면 한국 언론의 선정적인 모습들은 지나치다고 여겨질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하나 가까운 예를 들자면 돼지 독감이 있겠습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시작된 Swine Flue는 지금 세계 보건기구에 의해 광역전염병으로 분류되고 많은 조치들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멕시코에서 퍼지기 시작하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굉장히 과민한 대응조처를 보여 지구상에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뉴욕과 텍사스가 특히 주목을 받았는데 뉴욕 플러싱 거리의 초등학교들이 이 유행성 독감 때문에 한동안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당시, 네이버와 다음에 걸린 각 언론사들의 헤드라인을 보자면 머지않아 뉴욕이 쑥대밭이 날 것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마치 호떡 집에 불난 듯한 모습을 그린다고나 할까요. 타이틀은 '뉴욕 공포에 사로 잡히다!' '정부 교민 상황 체크 중' '뉴욕을 가기 두려워 하는 한인 반응'
때마침 그 때 저도 뉴욕에 들를 일이 있어서 이러한 한국 언론의 반응은 저를 패닉으로 몰고가기 충분했습니다. 그 이전 SAS 조류 독감보다 무서운 것이 뉴욕을 휩쓸고 있구나 하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일정을 취소할 까 하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미국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YAHOO는 유행성 독감을 예방하는 법과 돼지 독감의 유행 추이 정도로 짤막하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즈에 가보았습니다. 학교 휴교령에 대해 너무 지나친 대응이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반응이 기사로 묘사되고 있더군요.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패닉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는 언급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 중의 하나고 아직은 크게 염려할 조짐이 없다' 이런 식의 차분한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욕행 비행기에서부터 뉴욕 맨하탄에 들어설 때까지 몇몇 미국인들에게 돼지 독감에 대해 걱정하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다들 별 관심이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돼지독감이 낯선 이방인인 저 혼자만 우려하는 사태일 지는 미처 몰랐었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만나게 된 한국 교민들도 제 얘기에 다들 웃더군요. 

흔히들 한국 사람들이 냄비 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진정한 냄비의 챔피언은 방송을 포함한 한국 언론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성적이고 차분한 분석없이 감정을 자극하는 데 골몰한 언론들이 한국 사회를 쉽게 발화되는 자극 과잉, 감정 과잉의 사회로 만들어 가는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언론의 보도 자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정적이고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들이 일면을 장식합니다. 마치 삼류 타블로이드 잡지가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몸부림치는 것같은 모습을 소위 정론을 표방하는 주류 언론에서마저도 자주 보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정론지가 삼류 도색 잡지와 같은 자세를 가져서는 안됩니다. 공중파 방송이나 전국 단위 신문과 같은 큰 언론매체는 한 나라 국민들의 심성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국가의 수준이며 얼굴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런 곳에서 나오는 기사들은 왜 이리 자극적인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도 깊이있는 수준은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직 한 부라도 더 팔기 위해 생존 경쟁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언론의 수준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하는 경우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면 기사들의 저질스러움입니다. 오늘자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 제목에도 어김없이 들어가는 내용이 있습니다. 성폭행, 성추행. 미국 신문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런 기사가 타이틀로 올라오는 경우가 없습니다. 대형 살인 사건은 이슈가 될 지 모르지만 경찰서장이 성추행을 하거나 총각이 할머니를 성폭행하는 내용이 화제로 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매일매일 토픽으로 올라오는 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성폭행 성추행에 관련된 기사들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일이 한국에는 없는 것일까요? 왜 허구헌날 르포 24시를 찍는 것일까요? 미국은 성폭행이 일어나지 않기에 이런 기사들이 뉴스가 되지 않는 것일까요?

그런 기사들이 자주 올라오는 이유를 저는 성에 관련된 기사만큼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클릭하게 만드는 소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사들이 흥행을 위해 성을 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맞습니다. 매일매일 강간이 일어나고 매일매일 성추행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그러한 기사 꺼리들에 둘러싸이는 것이 과연 구독자들에게 어떠한 유익을 가져다 주는 지 의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게 되면 주위에 보이는 가판대들. 그 가판대에 걸린 잡지들과 신문들. 발행사는 달라도 내용은 비슷비슷합니다. 정치에 관련된 밑도 끝도 없는 뒷소문들, 연예인들 이니셜 놀이, 그리고 꽃뱀과 강간범들. 다른 것은 몰라도 성에 관련된 기사들은 좀 자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하철은 성인들만 이용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말만 사회 고발이지 정작 내용은 외설이나 야설과 다를 바 없는 기사와 제목들이 사방 곳곳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보면 눈이 답답해 집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월드컵 대회나 박찬호와 같은 스포츠 기사에서 종종 보여지는 과도한 민족주의. 정치적 메세지 전달에 치중한 나머지 도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기사들. 우리 나라에서 언론의 부작용이 더 염려되는 것은 종종 여론이 하나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독도에 관한 이야기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2005년에 독도로 한참 시끄러울 때, 한국 방송에서는 아침 마당과 같은 프로그램부터 저녁에 연예인들이 농담 따먹는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까지 독도 이야기가 안 나온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독도 이야기 안하면 한국인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일본은 그 때 어땠을까요? 뉴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독도 언급에 대해 논평없이 짤막한 보도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더 올바른 모습이다를 말하려는 것보다는 한가지 일색으로 치우치기 쉬운 한국 사회 문화에 대해 제가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를 말하려는 것입니다. 시사 프로도 아니고 굳이 예능 프로에서까지 반일 감정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는 지 전 지금도 의문입니다. 이 또한 시청자들과의 연대감을 고취시켜 보려는 한국적 마케팅의 일화는 아니었을까요?

여론을 창출하는 것에 관하여 대중의 지적 수준은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의 수준보다 높을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사회적 여론을 보다 건설적으로 이끄는 책임은 기자들과 언론인들에게 보다 많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팔아먹기 급급한 장사에서 벗어나서 보다 사회에 대해 큰 책임 의식을 가지고 여론을 대했으면 합니다. 대형 언론이 온라인 게시판과 같은 수준에 머무르면 곤란하지 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