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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과 '발견'

북유럽 국가들, 특히 스웨덴의 사회 모습


많은 분들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명성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북유럽 국가들. 지구 최고 수준의 높은 복지와 소득 수준으로 널리 알려진 북유럽 경제 모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이 4개 나라를 일컬어 우리는 스칸디나비안 체제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스칸디나비안 국가들의 몇가지 특징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복지 제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생산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우선 스웨덴을 중심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개괄적인 사회 특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위 그래프는 OECD 에서 연구한 각 나라별 국민들의 신뢰도 수준입니다. (정부나 의회와 같은 기관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 간의 "Trust" 를 측정한 것인데 우리 말로는 사회의 신용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고 상호 신뢰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상호 신용 수준이 높은 나라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입니다. 국민 간의 상호 신뢰도가 70%를 넘기고 있습니다. 한국의 30% 수준과 매우 비교되는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위 그림은 OECD 국가들의 상호 신뢰도 수준이 지난 대략 20년동안 어떻게 변했가를 보여줍니다. 덴마크, 체코, 스웨덴, 독일, 이태리, 노르웨이는 순서대로 상호 신뢰수준이 증가한 반면 한국은 82 - 05년 동안 20%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국민간의 신뢰도와 관계있는 요인들이 무엇인가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고 여기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북유럽 국민들의 상호 신뢰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치겠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이웃을 서로 신뢰하게 만들었을까요?
그들의 사회적인 특징을 한번 보겠습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인종적으로 거의 단일 민족입니다. 그리고 매우 오랜 기간 변치 않고 단일한 국가 정체성을 형성해 왔습니다. 그들은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국가들로 꼽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보수적으로 전통을 유지해 온 나라들이기도 합니다.


첫째로, 그들은 입헌군주제 국가들입니다. 역사적으로 독립 국가였던 적이 거의 없던 핀란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왕실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혁명이 들끓었던 유럽에서, 다른 나라들의 왕권들이 계속 바뀌는 동안에도 이 나라들은 꿋꿋히 지금의 왕실을 유지해 나갑니다.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각 나라의 왕실의 역사는 그 기원이 최소 천년 이상입니다. 덴마크의 지금 왕실이 생긴것이 935년, 노르웨이는 872년, 그리고 스웨덴은 1세기 경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고 이렇게 왕실의 역사가 긴 나라는 기록상 이웃 일본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들의 정권은 왕실만이 잘 변치 않는 것이 아닙니다. 집권당도 국민의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정권을 유지하기로 유명합니다. 스웨덴에서 1976년까지 사회 민주당의 집권은 44년을 이어져 내려왔었습니다.



둘째로, 이 나라들은 모두 개신교 국가입니다. 2004년도 미국의 국제 종교 조사 보고서"
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Report 2004."에 따르면, 덴마크 국민의 91%, 핀란드 국민의 85%, 노르웨이 국민의 90%, 스웨덴 국민의 86%가 개신교도입니다. 이 수치는 전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또다른 유명한 청교도 국가인 미국이 55%선인 것과 비교한다면 전세계에서 가장 개신교가 흥한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들에게서 기독교는 오랫동안 국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860년까지만해도 스웨덴 국민은 의무적으로 교회를 다녀야 했습니다. 그들에게 기독 신앙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과 문화와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제 2의 국가 기관 역할을 했습니다. 스웨덴 부부들의 65%가 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룹니다. 그리고 목사의 혼인 선언은 공문서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합니다. 또한 교회는 출산에서 장례, 묘지까지 한 사람의 신상 기록을 정리하는 책임을 맡아 왔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역할 때문에 교회를 다니지 않는 시민들은 의무적으로 종교세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평소에 예배에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들은 30%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교회와 기독교 문화가 사회와 그들의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본인을 기독교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왕실과 교회, 이 두가지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 통합에 중요한 요소가 되어 왔습니다. 단지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사회 문화를 오랫동안 변치 않도록 묶어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진보적이라고 하는 이 나라들의 정체성은 가장 보수적인 마인드 속에서 시대의 변화에 뒤늦지 않고 때마다 필요한 부분들을 보수해 온 것에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만 살펴보자면 매우 보수적인 나라일 것 같지만 또 매우 진보적인 나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성에 관해 북유럽의 개방은 유명합니다.


성 문화에 관련해서 스웨덴은 전 세계를 리드해 왔습니다. 1942년 스웨덴의 학교에 성교육이 도입됩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1955년 의무화됩니다. 1959년 세계 최초로 약국 외에서도 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게 합니다. 최초의 누드 장면을 영화에 허용한 나라입니다. 6,70년대 포르노가 전면 개방되었고 매춘이 합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의 자유가 "여자는 자유롭지 못하고 남성들의 성만족의 도구로 전유되고 있다"는 어느 보고서에 따라 1980년부터 제한되기 시작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 사람의 생활권을 모두 책임진다는 스웨덴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스웨덴은 특히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나라입니다. 아이들을 미성년자로서 자기 방어가 취약한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엄연한 시민권자의 한사람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아동 보호에 매우 엄격합니다. 아이의 모든 관계에, 심지어 부모자식 관계에도, 국가가 개입합니다.
1973년에 아이들을 위한 '옴부즈맨' 제도를 만듭니다.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들이 부당하게 대했다고 여겨질 경우, 아이들이 그들의 보호 담당자에게 보고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1979년에 부모의 체벌과 가혹행위가 금지됩니다. 1980년 출산을 앞둔 모든 부모는 의무적으로 양육 훈련과 토의 모임에 참여해야 합니다. 1985년 인공수정법이 발효되는데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는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알아야 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정자 기증자들은 필요한 경우 아이를 위해 신원을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결혼한 사람들에게만 인공수정을 허용합니다. 그리고 입양도 정상적인 가정에게만 허용합니다.
이들의 아동 보호는 1978년 무기 장난감 판매를 금지시키고 1979년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부른다"는 모토를 널리 퍼트립니다.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아동 만화를 규제합니다.

시민권자를 보호하는 그들의 정신은 특히나 약자의 입장을 배려하는데 1965년 세계 최초로 부부강간을 형사 기소할 수 있게 합니다. 1981년에는 부부 강간에 관하여 법정 출두도 필요없고 제 3자가 기소할 수 있게 합니다.

정부의 사회 개입이 강하지만 시민들의 거부감이 적은 이유는 투명성의 강조에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공문서는 열람이 가능하고 민간 단체의 정보도 정부에 모두 공개해야 합니다. 1766년 출판의 자유를 선언한 나라고 1756년 세계 최초의 통계청이 생긴 나라입니다.
시민권이 강하고 모든 정보가 투명해야 하는 나라이기에 위조 신분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 최초로 주민등록번호를 도입한 나라가 바로 스웨덴입니다. 그리고 1973년 최초로 컴퓨터 보안법을 제정합니다.

여기까지 최근 들어 더더욱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스웨덴과 북유럽의 사회 모델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 지 문화적인 측면을 통해 관찰해 보았습니다. 많이 알 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죠. 다음 기회에 경제적인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