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동사니'

마음이 성장하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

청소년기는 육체가 성장하는 때이다. 키가 자라고 몸이 자라난다. 그러할때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기대를 가지게 된다. 좀더 자라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오늘보다 내일 나는 더 성장하리란 기대와 욕심에 차게 된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 하게 된다. 더 성장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기가 지나면서 나는 더 이상 자라나지 않는 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육체적으로 성장하기는 커녕 노화되고 신체능력이 쇠퇴하는 것을 걱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게 된다. 오히려 내일을 두려워하고 걱정하게 된다. 신체적인 면에서 말이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성장기가 있다. 

사춘기 동안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열망에 차있게 된다. 정신적으로 오늘보다 더 성숙한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것들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경험해 보고 싶어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30살 이전에는 자기가 정신적으로, 그러니까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더 발전하고 있다고 믿고 살아간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를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살게 된다.


그런데 서른 살이 넘어가고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 정신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줄어든다. 어제보다 오늘 내가 더 나아지리란 부푼 희망은 점차 사그라들고 오늘보다 내일 내가 더 나빠지지나 않기를 바라게 된다. 

다가오는 내일은 나에게 발전이나 성장과 같은 희망이 가득찬 시기가 아닌 것이다.

노력을 해도 그것은 발전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더 쇠퇴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된다.


이러할 때 새로운 것은 기대감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내일이 어제보다 나을 수 없을 거란 마음은 사실 행복감의 측면에서 이로운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울한 느낌이다. 이상보다 현실을 바라볼수밖에 없게 된다. 현실적이 된다는 것은 갖지 못한 새로운 무언가를 더 얻으려고 하기 보다 지금 그나마 가진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싶어하는 상태이다.


꿈에 부풀어있을 때는 어제와 오늘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가오는 미래가 두근두근 기대된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거라 희망에 차있다.


그러나 성장기가 지나면 꿈을 믿지 않게 된다. 무엇인가 더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내려놓게 된다. 다만 쇠퇴하는 시기를 늦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할때 내일은 더이상 꿈에 가득찬 때가 아니다. 


이러한 쇠퇴기는, 생장하면 이윽고 소멸기가 찾아오는 자연의 순환 주기를 벗어날 수 없는 생물체로서의 인간이 받아들여야 할 숙명과 같은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이고 부정한다고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에 들뜨는 마음이야말로 사람이 가질수 있는 가장 행복한 기분 중의 하나가 아닐까?

가질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말이다. 설레임은 사람의 마음을 어리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미 가진 것들이 대단할 지 모르지만 사실 대단한 것들이 아닐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 

이미 가진 것들의 노예가 될수록 내일에는 희망을 갖지 않게 되고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