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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와 의식

남북 통일 비용은 어느 정도나 될까?


독일의 통일 비용은 어느 정도나 되었을까?

그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 정도다. 1990년 통일 이후 지금까지 20년 동안 대략 2조 달러($2 trillion)가 서독에서 동독으로 투입되었다.

2조 달러라고 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안 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독일의 2009년 GDP가 3조 3천억 달러 정도 였다.
한국의 2009년 GDP는 8천 3백억달러다. 2조 달러한국 총생산 규모의 두배를 훌쩍 넘기고 독일 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넘기는 정도의 규모다.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입했음에도 아직까지 예전의 서독 지역과 동독 지역의 경제적 격차는 극복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 지의 보도에 따르면 동독 지역의 노동자가 받는 월급은 서독 지역의 노동자가 받는 월급의 83% 수준이라고 한다. 동독 지역의 실업률14.5%로서 서독 지역 실업률 7.8%의 두배 가까이에 이른다.

통일을 이룬 후 2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양국 간의 경제적 격차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르는 지역간 갈등도 심각하다.

2009년 현재, 20세 미만의 인구, 그러니까 통일 이후 세대가 전 독일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아직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동독 지역의 기업체가 통일 이후 몰락했기 때문이다. 통일 전의 기업체의 14%만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공산주의 아래에 있었던 동독에서의 산업과 자본주의 경쟁 구조안에 있던 서독에서의 산업에서 경쟁력이 서로 같을 수는 없다. 현재도 세계 최대 수준의 수출 국가인 서독 지역이 월등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 그 당시 동독의 경제 수준은 어느 정도였는가? 동독의 일인당 국민 소득 수준은 서독의 50%, 절반 정도였다고 한다. 동독의 인구 수는 서독의 4분의 1이었다고 한다. 지금 옛 동독 지역의 일인당 소득 수준은 서독의 83% 수준까지 올랐다.

독일의 자료를 우리의 상황에 맞게 대입해 보자. 우리는 어느 정도의 통일 비용과 기간을 요구하는 지 말이다.

통일 이후 20년간 2조 달러를 순투입했던 독일. 서독 지역 사람들 네 사람이 동독 지역 한 사람에게 돈을 투입했다.
100 + 100 + 100 + 100 이 서독의 모습이고 50 이 동독의 모습이다. 두 나라가 합치면 100 + 100 + 100 + 100 + 50 = 450 이 된다.

통일 비용이란 동독 지역의 경제 수준을 서독 지역의 경제 수준에 맞게 만드는 일이다. 동독인이 똑같이 거든다는 가정 하에서는 다섯이서 450500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럼 일인당 10씩을 더 만들어 내야 한다. 이 10의 규모는 원래 가지고 있던 생산력 100의 10% 수준이다. 만약 동독인이 거들지 못한다는 가정을 한다면 서독인들이 일인당 12.5를 더 만들어야 하고 원래 가지고 있던 생산력의 12.5%다. 일인당 10%에서 12.5%의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북한의 경제 수준은 현재 남한의 6%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구는 절반 정도이다.
남한 지역 사람 둘이서 북한 지역 한 사람을 먹여야 한다.
100 + 100 이 남한의 모습이고 6 이 북한의 모습이다. 두 나라가 합치면 100 + 100 + 6 = 206이 된다.
206300으로 만들려고 하면 94가 더 필요하다. 북한 노동자들이 남한의 경쟁주의를 금방 받아들여 분골쇄신 일한다는 가정 하에서 셋이 새로 만들어내야하는 생산량은 31이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남한 사람들이 새로 만들어 내야 하는 몫은 47이다.
남북한의 완전한 경제적 평등을 위해 남한 사람들이 짊어져야 하는 일인당 부담이란 대략, 각자 가지고 있는 생산성의 31%에서 47%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서독인들이 짊어져야 했던 10 - 12.5% 의 세 배에서 네 배 사이다. 무식하게 평균을 잡는다면 독일보다 일인당 3.5배의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이다.

독일이 짊어져온 통일 비용이 지금까지 20년간 2조 달러. 이는 매년 천억달러가 투입된 것이다. 20년전 독일 총생산량의 규모는 지금과 비교해서 83% 수준이다. 지금의 독일 GDP가 3조 3천억이니 그 당시는 2조 7천억 정도다. 천억 달러의 규모는 2조 7천억 달러의 3.7% 수준이다. 그당시 독일 총생산의 3.7% 정도되는 규모의 돈이 20년간 꾸준히 서독에서 독일로 유입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독일보다 세배에서 네배가 더드는 한국에서의 통일 비용의 규모는? 어림잡고 마구잡이식 비교를 하자면 3.7%의 서너배 수준, 다시말해 첫해에만 한국 총생산 규모의 11.1%에서 14.8%의 수준의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현재로서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말이다.

통일되면 북한 사람들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긍정적인 효과는 북한 인민들에게 우리와 같은 임금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전제 조건 위에서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 되면 과연 그렇게 남과 북을 인위적으로 구분지을 수 있을까? 또한 북한 인민들이 그 조건을 불만없이 받아들일 것인가? 난 회의적이라고 본다. 중국 조선족에 대해서도 여러 불만의 소리들을 듣게 되는데 조선족보다 몇배 못사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온다면 남한 사람들이 과연 살갑게만 바라봐 줄 지 의문이다.
또한 북한 인력을 활용하려면 실업자들을 먹여 살리는 공장과 기업들을 많이 세워야 한다는 것인데 그럴 투자의 필요와 여력이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이제 고부가가치화 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와 같은 중화학 기업의 공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단순 노무 인력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제공될 수 있는 인력은 고부가가치를 다룰 수 있는 생산성있는 인력보다는 지금은 한국에서 많이 사라지고 없는 염가의 단순 노동 인력이 많을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새로 투자를 하고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갑자기 과거 회귀형 산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도박에 가까울 수 있는 일이다.
이 것이 간단한 문제였다면 20년이 지난 지금도 독일이 통일 비용을 치루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계산을 통해 본 북한과의 통일 비용은 어마어마한 수준이고 이를 추진하면 남북한 인민간의 엄청난 갈등도 충분히 예상된다. 남한 사람들은 10% 이상, 심지어는 50%에 가깝게 줄어든 소득 수준과 소비 감소를 적어도 이십년 이상 경험해야 할 것이며 그동안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과의 엄청난 경제적 격차와 사회적 차별에 따른 불만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통일을 하지 말아야 할까. 그것보다는 통일로 가는 길이 지금으로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멀고 험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남북한의 국경선을 없애는 것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그보다는 우선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돕고 그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기를 바래야 한다는 것이다.